좋은 예산을 기대하며
등록일 : 2013-12-11
작성자 : 경제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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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예산 전쟁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치르는 전쟁이라지만 올해 재정위기라 할 만큼 호된 악몽을 경험한 경기도의 입장에서 내년 예산은 더욱 더 어려워 보인다.
법적, 필수적 경비를 우선 반영하라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법으로 명시하여 필수적으로 우선 반영해야하는 시·군 재정보전금이나 경기도교육청 법정전출금도 편성과정에서 일부 반영시키지 못했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산하기관에 대한 출연금도 대폭 구조조정의 도마에 올랐다. 방만한 경영을 하는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의 제재는 당연하다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자금줄인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구경조차하기 힘들게 생겼다. 고금리 사금융의 피해로부터 저신용자를 구원해줄 마지막 희망인 햇살론은 경기도가 출연한 만큼 중앙정부도 그에 맞게 매칭을 해주는데, 이 자금마저 경기도는 편성을 주저하고 있다.
어쩌다 경기도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도 집행부를 향해 어려워진 예산 사정에 대해 그 이유를 물어보면 매번 똑같은 답변만 돌아온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과 늘어나는 복지비 때문이라고. 그래서 갈수록 가용재원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어도 동의하기는 힘들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예산이란 무엇인가. 국가나 단체 등이 한 해 동안 수입과 지출을 미리 셈하여 계산한 계획서가 아닌가. 하지만 예산은 항상 부족하게 마련이다. 쓸 곳은 많은데 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예산을 편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 여기서 좋은 예산을 위해 우선순위의 기준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지도자의 철학과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정신, 즉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우선적으로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우선 보편적인 복지의 정착이다. 예산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선진국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난 증명서’를 제출해야만 공짜로 밥을 주는 상황은 과거 가난했던 시절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분들이 꿈꾸던 미래는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민주화의 실현이다.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과 대기업들의 끝없는 욕심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만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만 한다. 지역경제가 고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활발한 경제활동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와 경제성장의 그림이 담겨있는 좋은 예산을 기대해 본다.
<2013년 12월 10일(화) 경기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