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있는 곳 '사랑의 쉼터'

등록일 : 2008-08-2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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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있는 곳 '사랑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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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고령화시대로 들어서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와 참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학에서도 사회복지학과가 인기학과로 각광받고 있고,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요양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면실시에 따라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들 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빈부의 차이는 어쩔 수없이 두가지 모습으로 드러난다.

시설의 규모와 관련해서 볼 때, 최고의 시설을 갖춰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시설이 하나의 모습이고, 소규모 저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다른 하나의 모습이다. 소수의 고급시설에서 비싼 비용을 지급하면서 고급서비스를 받는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요양시설에는 노후를 위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분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고급시설은 운영자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소규모 시설은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으면 운영할 수가 없다. 일부의 비인가 시설에서 불법적으로 노인들을 강제수용하거나 학대하는 사례가 있으나 대부분의 소규모 노인복지시설은 정부지원이 조금만 확대되어도 훨씬 행복한 삶터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비록 피붙이와 같이 할 수는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어르신들이 모두 공평하게 복지의 혜택을 받으며 살 수 있는 따뜻한 복지시설, 노후를 평온하게 보낼 수 있는 복지사회가 하루빨리 구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얼마전 보기에도 흐뭇한 복지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어르신들 목욕이라도 시켜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하면서 지인들과 함께 찾아간 곳이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사랑의 쉼터'였다. 이 곳은 40대 중반의 친절하고 마음씨 예쁜 원장님이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이다. 얼핏 보아도 99㎡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집이었다.

비록 소규모의 시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의 기운이 차고 넘쳤다. 운영자들의 친절하고 밝은 표정과 부지런함이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고, 어르신들의 평온한 모습 속에서 어르신들 모두가 순수하고 맑은 정신을 고이 간직하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천사들이 있는 '사랑의 쉼터'에도 다른 요양시설들처럼 아픔은 있었다.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니, 치매가 심하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는 분도 있고, 1~2년 동안 누워만 계시는 분도 있단다. 열 분중 여섯 분이 건강이 좋지 않다니 마음은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가 80세가 넘는 고령인데다 가족들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여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와 뵙기가 어렵다고 했다.

담당자는 우리들에게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어드리는 것도 봉사라며,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가라고 했다.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기야 외로움을 이기게 해드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할머니들과 이런 저런 일상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갔다.

짧은 시간이었긴 하지만 어르신들이 바라는 바가 진정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이가 들고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질수록, 물질적인 도움과 건강에 대한 보살핌 못지않게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나는 그간 노인복지를 위한 활동을 적잖이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우러난 봉사의 자세라는 것을 알게 해 준, 더운 여름 어느 허름한 초가집 앞에서 청량한 우물물을 만난 것처럼 기분 좋은 날이었다.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투자하는 시설의 확대, 이 분들을 간호하며 보살피는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 어려운 시설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수많은 봉사자들의 뒷받침, 이 모든 것이 어울려 전 세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노령화 시대의 희망이 아닐까?

조복록(경기도의원 / 경기도 문화관광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