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이후 경기농업에 대한 小考

등록일 : 2007-08-0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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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7(화)  - 중부일보 칼럼 -


어느덧 계절은 초복과 중복을 지나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들고 있다. 태풍 우사기가 우리나라 남해 동부지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린 뒤 소멸되었으나 제6호 태풍 파북(Pabuk)이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에서 북상 중이므로 아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한·미 FTA가 타결된 지도 이제 4개월이 지나고 있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FTA 찬성과 반대의 함성은 이제 삼복더위에 묻혀버린 것인지 FTA에 대해서는 조용해진 감이 없지 않다.


한·미 FTA와 관련하여 요즈음 언론의 단골 메뉴는 유명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일 것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는 7월 말 현재 4천t 이상이 수입되어 대형 유통매장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광우병 우려 등 식품 안전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롯데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윗등심살 가격은 100g에 1천350원인 데 비해 삼겹살은 1천380원에 팔리고 있어 삼겹살이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되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늘어날수록 돼지고기 소비는 계속해서 감소할 전망이다. 2014년부터는 칠레산 돼지고기가 무관세로 수입되고,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도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EU와의 FTA 협상에서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는 돼지고기인데, EU는 우리나라 수입 돼지고기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캐나다도 돼지고기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등 우리 양돈농가는 미국, 칠레, EU, 캐나다 등 선진농업국들과 힘겨운 경쟁을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 분야를 시작으로 FTA를 앞세운 미국이 우리 농산물 시장을 세차게 흔들고 있다. EU, 캐나다, 호주, 중국 등도 우리의 농산물 시장을 목표로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농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농업은 FTA, DDA, 시장개방 등과 같은 단어와 만나면 저절로 힘이 빠지고 위축되어 버리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실제 우리 농업은 선진제국이 100년 이상 걸려 성취한 것을 3분의 1, 4분의 1의 짧은 기간에 이룩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중국을 포함한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지금은 세계 100대 기업 중 3개를 갖고 있고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불과 30년 전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자원과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가 GDP 세계 12위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공업화를 통한 부국강병이라는 전략을 마련하고 사람이라는 인적 자원 활용을 극대화한 결과에서 온 것이다.


농업을 통한 제2의 부국강병은 불가능한 것인가? 우리의 시각이, 우리의 전략이 “농업은 곧 생산”이라는 등식에 머무르는 한 농업은 아기 울음소리가 없고 노인들만 살고 있는 시골을 연상시킬 뿐이다. 농업은 생산을 포함하여 식품, 제약, 섬유, 에너지, 유통, 물류, 수출, 문화, 관광, 금융 등 1차, 2차, 3차의 모든 영역에서 평가되고 결합되어야 한다. 한편, 원료를 수입하여 가공·수출하고 부가가치를 올리듯이 해외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수입하여 부가가치를 올리고, 또한 국산 농산물과 함께 1년 내내 품질 좋은 농산물의 국내 공급과 해외 수출 체제를 갖추는 것도 농업에서 담당하여야 한다.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이 원가절감과 신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나가듯이 우리 농업도 해외로 진출하고 이를 지원해 나가야 한다. 석유가 고갈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해 곡물생산과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소비감소와 재고증가 등을 이유로 생산량을 줄여가는 소극적 정책을 쓰고 있다.


농업은 분명 제2의 부국강병을 이끌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비전을 우리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그들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가져올 인적자원으로 변화될 것이다. 농업인 먼저 그리고 농업 분야 종사자 먼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FTA에 의해 위축되어 있는 우리 농업에 힘을 실어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