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치킨,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록일 : 2014-02-11 작성자 : 경제과학기술 조회수 :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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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국내 한 대형마트가 5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일명 ‘통큰 치킨’을 판매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비자들은 집 근처 치킨집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가격으로 품질 좋은 치킨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만족감에 연일 마트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하지만 ‘통큰 치킨’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사이, 마트 인근에 있는 이른바 동네 치킨집은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다. 하루 매출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결국 인근 상인들의 거센 반발과 국민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개입하고 나서야 ‘통큰 치킨’은 1주일 만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정부의 개입이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소비자의 편익을 강제적으로 강탈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비자가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는 기존 상인의 기득권을 대변하기보다는 대다수 소비자의 편익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소비자 편익이라는 가치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서로 경쟁시키는 것이 최선일까.

전통시장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통시장을 개방한 후 해외자본이 들어오고, 거대한 자본과 마케팅 전략으로 중무장한 국내 대기업마저 국내시장으로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미 그 폐해는 예견되어 있었다. 해외자본과 국내 대규모 자본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서비스로 단숨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러는 사이 과거의 전통시장은 이렇다 할 몸부림 한 번 쳐보지 못하고 한순간에 고객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마트가 선사해주는 편익이 결코 싫을 리가 없다.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당연히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것이 백번 옳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편익이라는 달콤함의 이면에 사회·경제적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도 시장경제라는 논리 속에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가구유통기업인 ‘이케아’가 광명시에 건축허가를 받고 올해 안에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이케아’는 가구 외에도 일반 생활용품도 취급하고 있어, ‘이케아’가 입점할 경우 광명시의 상권뿐만 아니라 인접 시·군의 영세한 동종 사업자들에게 미칠 피해는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점입가경으로 ‘이케아’는 지난해 말 고양시에 추가로 신규 입점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국내 가구산업 활성화 정책은 이제 그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케아’의 입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기대일 수 있다. 하지만 ‘통큰 치킨’과 같이 ‘이케아’가 지역의 상권을 장악하는 사이 우리네 소중한 이웃의 생계는 위협받고 관련 국내 산업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과연 ‘통큰 치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4년02월10일(월) 경기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