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7
늦깍이 초등학생
2008년 9월 9일 시흥신문
요즘 우리학교에는 80여분의 어르신 초등학생이 아침부터 가방을 들고 교문을 들어선다.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어르신들께서 힘찬 걸음과 입가의 미소를 가득 머그문채 신나게 달려오신다. 누가 보아도 머리는 백발이신데 움직이는 모습은 젊은이 못지않다는 느낌을 금방 받을 수 있다.
교실에서의 웃음소리는 더더욱 향기롭다. 어느 순간에는 천진스러운 모습으로 어린아이와 같이 동심의 속으로 푹 빠져버린 느낌을 볼 수가 있다.
한글기초부터 수학, 슬기로운 생활 등 일반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을 모두 배우고 있다. 4년 만에 정규학교 졸업장을 받는 평생교육법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로서 그동안 과거 5, 60년대 초근목피하시며 오로지 일만 하시던 분들에게 국가가 법을 만들어 주부, 성인 등 남녀노소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신 분들에게 중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는 정규 졸업장을 주는 학교이다. 학생 중에는 84세가 되신 할머니도 계시다. 앞으로 계획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졸업하고 싶으시단다.
이 얼마나 대단한 열정인가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뜻 깊은 사고력으로 미래를 밝게 살아가시는 분들이시다. 뒤늦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그 생각자체가 얼마나 숭고하고 보배와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신 분들이 약 450만 명 정도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못 배운 설움을 이기시며 현장에서 얼마나 크나큰 가슴앓이를 하는가를 생각하면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에 해당하며 아무 부담 없이 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가 있다. 가끔은 학교생활 이외에 외부에서 오셔서 무용공연, 미용봉사 등 여러 가지 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일반 초등학교와 같이 학사일정 역시 입학식과 동시에 소풍, 운동회, 축제, 작품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젊음을 되찾는 노년기를 맛보고 계신 것이다.
내가 뭔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생의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때라고 생각하면서 늦었다고 할 때 바로 시작하는 것이 곧 늦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 주위에 아직도 못 배운 분들이 있다면 좋은 곳을 추천하여 길을 안내하는 것도 좋은 일중에 하나일 것이며 어느 할머니 학생은 아들과 며느리가 손을 잡고 입학을 시키러 학교까지 모시고 온 것도 보았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배움은 끝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