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계룡산을 출발한 오체투지순례단이 기나긴 대장정을 파주 임진각에서 마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순례지 파주에는 순례가 아니라, 삶으로 논밭을 일구며 ‘사람, 생명, 평화’의 바람을 염원하는 오현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해 달라고, 생명을 소중히 여겨달라고, 평화를 바란다고 국방부에 외치는 마을 주민이 있습니다.
파주시 오현리에는 무건리훈련장 확장반대를 소망하는 주민들의 촛불문화제가 300여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향땅에 살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국방부는 안보논리만을 앞세우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무건리훈련장은 1980년, 파주시 무건리 일대에 350만평 규모로 조성된 종합훈련장으로 전차, 자주포 등이 훈련하는 종합전술훈련장입니다. 지금의 무건리훈련장은 1986년 3월 550만평 규모로 다시 확장되면서 최종적으로 ‘연대급 종합훈련장’으로 완성되어 오늘까지 이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곳을 국방부는 다시 1996년 ‘무건리훈련장권역화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무건리훈련장과 인근의 비암리훈련장, 노야산훈련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총 1천50만평에 이르는 권역화계획을 수립하고, 1980년 훈련장 설치로 한번 쫓겨났던 주민들을 다시금 훈련장확장사업으로 타지로 내모는 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무건리훈련장확장예정지인 법원읍 오현리 100가구 200여명의 주민들은 이미 ‘무건리훈련장확장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8월 1일부터 매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면서 ‘훈련장확장반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은 주민들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오현리 주민들은 지난 30년 동안 군사훈련에 따른 온갖 피해와 고통을 감내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피해 보상은커녕 1996년 훈련장 확장계획을 발표한 이래 각종 인허가 규제를 통한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농활동을 방해하고 의도적으로 생활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뒤 강제적으로 주민들의 땅을 매수해 왔습니다.
급기야 국방부는 지난 4월 25일 ‘중앙토지위원회’로 매수하지 못한 주민들의 땅을 대상으로 토지강제수용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몇 달 뒤 오현리 주민들은 자기 땅에 살면서도 불법점유자가 되어 하루아침에 철거민과 같은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군과 국방부가 자신들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경기 북부지역, 특히 파주는 이명박 정부조차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경제특구로 북에 제안했듯이 도로와 철도를 잇고, 사람과 물자가 넘나드는 평화와 통일의 관문이 되어야 할 접경도시입니다. 따라서 군사대결적인 무건리훈련장 확장계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이대로 무건리훈련장 문제를 방치한다면 제2의 평택 대추리, 제2의 용산참사 같은 심각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습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오현리 주민들은 ‘고향에 남겠다는 사람들만 모여 30만평 규모의 마을을 이루며 살고 싶다’는 최종 제안을 지난달 국방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에서처럼 국방부의 전향적인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주민과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제 국방부의 양보와 결단만이 남았습니다.
송영주/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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