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4
지도자의 철학
지도자의 철학
http://www.kgib.co.kr/new/01_news/news_news.php?cate=77&idx=329022&year=2009&page=1&search_key=지도자&search_section=s2
한때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패가망신’ 운운하여 뭔가 다를 줄 알았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결국 최후의 단어로 ‘비루’라는 말만 남긴채 종식될 처지에 놓였다.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은 ‘시간은 앞으로 흐른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아내가 받은 것이라고 하니 법적으로는 분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통령이란 자리에서 아내 탓은 비루하다”라고 언급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형님, 자식, 처조카에까지 안 걸린 사람이 없으니 ‘노무현 너마저’라는 탄식과 함께 곳곳에서 비아냥거림이 들려온다.
작년에는 쌀직불금 파동으로 지도층 인사들이 연루되어 도적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사를 지은 것처럼 위장하여 쌀직불금을 타간 사회 지도층이야 말로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면 얼마나 위선된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국민들의 안위를 불철주야 노심초사해 가면서 고민하는 지도층이 아니라 공정한 룰도 없고 지도층의 철학이나 가치관은 뒤로한 채 자기네 잇속 챙기기에 바쁜 모습으로 비춰지는 현실이 무척이나 슬프게 한다.
도덕이나 철학으로 무장하여야 될 종교지도자들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명 목사님 가운데 사회의 지탄을 받아 뉴스거리가 되기도 하고 노동조합간부들의 타락이나 성추행 또한 더 이상 새로운 기사거리가 아닌 세상이 돼버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강부자내각이니 고소영내각이니 하면서 언론이나 국민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적이 있었고 청문회때는 “삼겹살 1인분 가격이 얼만지 아세요?”,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알고 계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거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 남들 삼겹살 먹을 때 한우꽃등심을 먹는다는데, 버스나 지하철 안타고 고급승용차 탄다는데 누가 뭐랄 사람이 있겠냐 만은 겉으로는 서민을 위한다면서 조금은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역겹고 미운 것이 사회지도자들의 평소 덕목이나 철학 부재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런 철학부재, 도덕불감증, 물질만능주의가 지금의 시대정신이요 가치관으로 정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의 자세가 있으니 흔히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이다. 사적인 견해로 이 또한 의무나 강요로 봐서는 안된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귀족의 20%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고, 한국전쟁 중 중국 마오쩌둥 주석의 아들이 전사했고, 미군 총사령관 밴프리트 장군의 아들이 실종된 사례는 스스로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의미를 새롭게 하였으며 너무 잘알려진 이야기이다. 한국에도 대표적인 사례가 있으니 세계 역사에서 하나의 왕조가 500년 이상 수명을 유지한 나라는 신라와 로마제국(그것도 신성로마제국 포함), 조선밖에 없다고 한다. 신라가 통일한 원동력은 화랑도 정신이였으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가 천년을 지탱하도록 받쳐준 철학이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였다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기부란 형태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기부천사 김장훈을 비롯 박상민, 차인표·신애라 부부, 션·정혜영 부부, 문근영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지금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것 말고도 음지에서 가난한 이웃에 대하여 기부나 몸소 베푸는 지도자 들이 많음을 맘속으로 믿고 싶다.
지도자하면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떠오르고 더 이상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왕자 얘기나 청백리로 유명한 전 방콕시장 잠롱을 얘기하지 않도록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교육, 문화 각층의 지도자들이 솔선하여 보여주어야 할 것이며 그 결과 우리사회가 선순환됨은 물론 돈과 기술, 학문으로 해결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을 우리 후손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지기를 바랄 뿐이다.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