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1
자살,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다..(경인일보 기고문)
자살,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다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27008#
경제가 어렵고 실업난이 급증하자 또다시 한동안 잠잠했던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침울하지 않을 수 없다. 힘들다고 해서 목숨을 끊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2차 세계대전 후 우울증과 패배주의에 시달렸던 일본, 겉으로는 예의바르고 정직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내면에선 칼을 갈며 패권을 숭배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일본, 그래서인지 일본이 자살률 세계 1위 자리를 줄곧 지켜왔었다. 그런데 그 유행이 불행하게도 한국으로 급속히 전파되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그림자조차 거추장스러웠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20명씩 자살을 한다고 하니…. 여러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이 없어도 시름시름 앓다가 이유 없이 죽는다. 여러 사람의 입방아는 쇠도 녹인다. 이리떼처럼 군중심리에 요동치는 인터넷 세상, 근거 없는 악성 댓글은 독기를 품고 무명씨의 이름을 빌려 멀쩡한 사람을 죽이니 이것이 법보다 강력한, 인터넷 포퓰리즘의 병폐이다.
남의 눈 속의 티는 잘 보이면서 자신 눈 속의 대들보는 보지 못함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것,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이다. 항상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고 언제 어디서나 내 마음이 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진실한 내용은 없고 그저 언어적 유희인 말의 희롱을 상대하는 방법은 또다른 댓글도 이니고 선플(선한 댓글)도 아닌 침묵이 최고이다.
책은 한 권 읽은 사람이 무섭다. 그 한 권이 모든 것인 양 착각하고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무상(無常: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잘못 받아들이면 허무주의에 빠져 더 이상 삶에 대한 애착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생각인 단견(斷見)과 이 세상이 영원한 것이라는 상견(常見), 이 두 극단이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본래 모습인 자성(自性)을 지렛대 삼는 중도(中道)를 알게 된다면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너무 설어서도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 세상의 삶이 꿈속인 줄 모르는 무명의 상태)안 되지만 너무 익어도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생각)안 된다. 김정희의 말대로 난초를 그리는데 법이 있어서도 안 되고 법이 없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 그 말이다. 인간과 자연은 동질적인 존재이고 상호 의존적이며 상호 순환의 관계이다. 따라서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다. 죽음이 삶의 도피처가 될 순 없다.
깨치진 못하고 복(福)만 지어 천당에 간다 해도 그곳은 너무 편안해서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지옥에 가면 벌 받느라 힘들어서 공부할 엄두도 못 내니 결국 계속 몸만 바꿔 입으며 생과 사를 반복하게 된다. 전생에서 공부하지 않아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이 부끄럽다. 하지만 이처럼 희로애락이 있는 이 세상이 마음 공부하기엔 딱 좋은 곳이다. 어렵게 인간 몸 받았을 때 중간에 생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보자. 깨닫고 나면 더 이상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다. 자살만이 해결 방법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과감히 탈피하고 함께 고민하고 폭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정복하자.
2009-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