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녹지 훼손, 과밀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로 인한 열섬화 현상, 사라지는 농지로 인한 식량 문제와 환경문제 등 우리 세대가 벌인 무지와 횡포를 더 이상 방관하면 후손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우리 농업도 이미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쌀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006년 기준 25.3%이며 옥수수, 콩, 밀 등의 자급률도 5%에도 미치지 못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주식인 쌀은 2014년까지 8%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우리가 농업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낮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농업이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직면한 식량문제, 도시가 직면한 환경문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대안적 노력의 하나로 우리는 ‘도시농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도시농업은 도시내부의 소규모 토지에서 이루어지는 생태적 - 공동체적 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농업은 영국의 얼랏먼트(allotment),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 garten), 쿠바의 오르가노뽀니꼬(organiponico), 일본의 시민농원 등 이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제봉쇄와 석유공급중단에 따른 생존적 선택에서 비롯된 쿠바의 도시농업은 세계 도시농업의 메카이며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관하는 석유정점(oil peak) 시대의 개발도상국 지원 모델지역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은 단순한 농업생산 측면에서가 아니라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도시농업은 녹지율을 높여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한다. 공원과 옥상녹지, 가로변의 유휴지, 자투리땅 등 어느 곳이든 경작이 가능하다. 도시농업에서 얻어지는 녹지는 경관과 휴식이라는 일반적 기능을 넘어 생산과 여가, 교류와 소통, 자연학습이 이루어지는 복합 커뮤니티의 기능을 한다.
또한, 도시농업은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 도시토지의 특성상 주곡의 생산은 어렵더라도 채소, 작물, 화훼 등 유기농과 특수작물 재배로 소득창출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비주식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볼 때 도시농업은 그 시작은 비록 미약하더라도 친환경 - 친생명 먹을거리 공급과 국민경제에도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생태측면에서도 도시 지역의 토지는 농산물의 공급지일 뿐 아니라 빗물의 흡수와 순환촉진, 도시온난화 방지, 공기정화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자연에너지,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률을 높이는 유기농업을 통해 생명과 환경존중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의 특성상 도시의 토지는 농지보다 상업지나 주거지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도시토지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이 없이는 도시의 토지를 농지로 보존 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식량안보·녹색성장시대에 도시농업에 대한 필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 뒷받침이 전무한 상태다. 경기도는 입지적 특성상 도시농업을 위한 토지와 시장 등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도 차원의 정책적 관심과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