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언론사에서 요즈음의 정치판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 온 적이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국회가 돌아가는 걸 보면서 느꼈던 것을 한마디로 축약해서 한 말이다.
국회에서 선량(善良)들이 펼치는 활극은 가관이었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 그렇게까지 유린될 수 있는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민심이 흉흉한 판에 TV에서 비춰지는 난장판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분노와 절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기물을 부수는가 하면 탁자에 올라가 점프를 하며 철제 파이프를 휘두르는 행동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이런 장면을 보고 창피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했다. 추한 장면들이 전파를 타고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으니 코리아의 망신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개인에게는 인격(人格)이 있듯이 나라에도 국격(國格)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이 된지 오래 됐으며 세계 13위의 경제력도 과시하고 있다. 수출은 무려 4천억을 넘어섰다. IT와 반도체, 조선의 강국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우리나라의 위상도 이제 개도국의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격도 이에 걸맞게 품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퇴계나 율곡 같은 고명한 선비들이 계셨고 예(禮)로 말하면 중국도 우리를 알아줄 만큼 품격을 존중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현대화 과정에서 기품은 사라지고 막가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이제 국회에서조차 예와 절제의 미덕보다는 육두문자(肉頭文字)와 육탄(肉彈)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국격은 지도자들이 세워 주어야 하고, 특히 국정을 담당하는 정치인들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대중 매체로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나가는 데 그렇게 시중잡배들이 하듯 막 해도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이 보고 있지 않은가. ‘동방의 예의지국’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세워 놓았던 우리의 자랑스런 선비들이 새삼 생각나는 요즘이다.
난장판 국회로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어떻게 다시 세울 수 있을 지 새해 벽두부터 걱정이다.
/전진규 경기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