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어라 어엿차!”
2008-10-17
행정구역개편, 문제많고 때도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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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조직을 단층구조로 해서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고 도 경계로 갈라진 지역감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첫째, 지방자치의 근간인 역사성과 정체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마다 오랜 역사와 전통과 함께 나름대로의 색깔, 그리고 가치를 지켜오고 있는데 이를 무 자르듯 해서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는 995년 10도제를 시작한 이래 천년을 이어 온 역사적 유산이다. 이는 폐지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겠는가? 둘째, 도를 폐지하면서 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해서 지방을 총괄하겠다는 것은 결국 지방자치와 분권을 약화, 중앙집권적 통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991년 지자제가 다시 실시된 이후 이제 상당한 정착단계에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도와 시·군을 통폐합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원리인 지방자치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지방자치의 선진국인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2계층의 지방행정조직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광역단위를 초광역화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시대인 이즈음 각 국가의 광역단체들이 복잡한 중앙정부를 낀 거래를 회피하고 직접 교류하고 경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도를 쪼개어 중소규모화하고 자치와 분권을 약화시킨다면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넷째,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은 심각한 지역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새로운 행정구역명칭, 청사유치 문제 등 지역간의 갈등으로 해가 지고 뜰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예를 들면 평택, 안성, 용인 3개 시가 통합돼서 시청 소재지가 용인으로 정해진다면 평택, 안성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평택항, 국제도시 등으로 한창 들떠 있는 평택시민들이 하루 아침에 자치권도 없는 '평택구'로 전락하면 42만 시민들의 감정이 어떻겠는가? 최근 우리나라는 IMF 때보다도 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금융파탄으로 전 국민이 극도의 불안 심리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선 경제를 살리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때가 아니다. 혹시 지방의회 등 자치제 운영비를 낭비로 생각한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차제에 좀 방만하다 싶은 지자제에 대한 운영상의 슬림화 등을 통한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개혁의 시도를 제안하고 싶다. 아무튼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라는 귀중한 가치와 이념을 가볍게 생각하고, 세계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행정구역 개편이 안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
2008-10-17
2008-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