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정조대왕은 수원화성에 납시었다. 원행에 대한 기록이 완벽히 보존되어 있음에도 이런저런 사정상 수원 일부에서만 능행차가 재현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매년 뵐 수 있는 것만도 이 백성에겐 꽹과리를 울리며 환영할 일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했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노력했던 존경하는 분을 오늘에 다시 되살리는 일은 아무래도 기분 좋은 일이고, 그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람들까지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때문이다. 정치인의 표상으로 이만한 분이 또 있을까? 수원의 화성문화제는 실학에 밝았던 개혁군주요, 인간의 도리를 실천했던 효행군주였던 정조대왕이 그 핵심에 계시는 터라 축제 기간 정조대왕은 동시에 여러 곳에 출연한다. 해서 올해는 화성문화제 공식 개막식에서 인사 올리기를 포기하고, 대왕의 아름다운 수원화성에서도 그 빼어남이 단연 으뜸인 서북 공심돈, 화서문을 무대로 한 뮤지컬 ‘정조대왕’ 관람석에서 뵙기를 택했다.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 시달리면서도 백성들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었던 정조의 이상과 꿈은 척박한 수원의 연극계에서 30년을 버텨온 연출자 김성렬의 그것과 조금은 닮았다. 뮤지컬의 제목과 내용은 ‘정조대왕’이었으나 필자가 느끼기에 연출자가 극에 담고자 했던 것은 정조의 꿈을 통해 그려지는 백성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성량과 연기력으로 주인공 정조를 열연했던 배우에게도 박수갈채가 쏟아졌지만, 정작 객석을 뒤흔든 것은 정조대왕의 능행차 길을 막아서서 꽹과리를 울리며 격쟁에 뛰어든 B-boy들의 모습이었다. 그 자유로움과 활기참이라니? 피폐한 민생고를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정치인 정조에 대한 백성들의 환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역으로 해결했던 부분을 정조는 화성을 축성하면서 백성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노래가 아니 나올까? “어기어라 어엿차! 어기어라 어엿차!” 화성축성에 동원된 백성들은 그들의 기쁨을 그렇게 노래 부르고 있었다.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곱씹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부족한 공연비 탓에 화려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공심돈과 화서문이 수억, 수십억의 무대 역할을 했으리라. 화성 축성 과정을 표현한 ‘그림자 연출’은 연출자의 창의적인 고민이 반투명 막에 비쳐지고 있었다. 공연비가 충분했다면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역설적이지만 어려움 속에서 예술작품이 그 완성도를 더 높이는 결과가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축제가 시작된 수원시는 오랜만에 활기로 넘쳤다. 그렇다. 수원이 먹고 살 길은 문화관광사업이다. 다행히 정조대왕께서 물려주신 유산이 있지 않은가? 화성복원은 그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기반 위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이미 여러 가지 문화관광사업이 진행 중이다. 나도 “어기어라 어엿차!” 화성 축성에 큰 돌 하나 쌓아야 한다. 그래야 내 아들 딸들이 먹고 살 터전이 되지 않겠는가? 나라님의 도움도 간절히 바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수원시민은 그 동안 무던히도 스스로 도와왔다. 이제는 도움을 받을 만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된 정조대왕 능행차의 기록에 의한 재현이 다시 논의되었으면 한다. 화성복원이 하드웨어라면 이러한 일이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과 함께 하고자 했던 그래서 백성들에게 “어기어라 어엿차” 노래를 부르게 해준 실용군주의 재림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다. 최용길/경기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