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문제와 한·미 FTA

등록일 : 2008-06-0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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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2(월)  - 경인일보 칼럼 -
 
G형! 이번 17대 국회에서의 한미 FTA 비준동의는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앞으로 미국에서의 통과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야당들이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며 전면 투쟁에 나서고 있어 사태가 어떻게 번져 나갈 지 몰라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저는 이번 한미 FTA 국회비준동의 실패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과연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번 한미 FTA 실패가 미국산 쇠고기 협상 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저는 이번 실패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과 농수산식품부 그리고 여당이 그 책임을 져야 하며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합니다만 미루어 판단컨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며 같은 맥락에서 농수산식품부는 어떤 형태로든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전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협상이 제대로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쇠고기 협상 잘못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그 해당 부서의 책임자를 문책하면 될텐데도 책임은 묻지 않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왜 국민앞에 사과를 해야하는 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과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볼 때 국정에 있어서의 의사결정 상당부분을 대통령이 혼자 독단적으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나 이명박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어떠한 일을 시작하거나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할 때는 꼭 치밀한 사전 분석과 정보 수집 후 충분한 토론을 거칠 것을, 다시말해 매사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 나갈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싶습니다.

G형, 다음으로 이번 실패의 책임은 농수산식품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유야 어떻든 협상에 실패한 장본인이 바로 농수산식품부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협상 때 무엇을 했느냐고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를 담단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사(私))보다 공(公)을 먼저 생각해야 하며 때로는 ‘아니오’, ‘안 됩니다’라고 소신껏 말하고 행동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이런 결과도 협상 때 그런 소신있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리의 비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국민을 어려움에 빠지게 한다면 그것은 이미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형, 마지막으로 이번 실패의 책임은 여당에게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쇠고기 협상 실패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을 때 도대체 여당 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습니까.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할 민의의 대변자라는 분들이 대통령 눈치나 살피면서 쇠고기 협상 실패에 대하여 말 한 마디도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태의 심각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가 17대 국회 임기 겨우 며칠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을 꼭 해야 한다며 국회를 소집해 놓고 야당을 비난하면서 국회의장을 찾아가 직권 상정을 요구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정말 나라를 맡겨도 되는 것인지 걱정입니다.

G형! ‘한국은 지도자적 역량보다는 국민적 역량이 뛰어난 것 같다’는 어느 한 외국인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이제 이 글의 끝을 맺으려고 합니다.
이번 한미 FTA는 민주당의 적잖은 의원들과 대다수 국민들이 근본적으로 한미 FTA 체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신속한 책임자 처벌, 재협상에 대한 검토 등의 유연한 조치 등이 뒤따랐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이제는 청와대, 정부,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오늘의 현실을 직시(直視)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입니다. 점진적으로 세계 모든 나라들과의 FTA 체결은 필연입니다. 따라서 저는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은 향후 한미 FTA를 비롯한 모든 국가들과의 원활한 FTA체결을 위하여 이번 쇠고기 협상 실패로 인하여 야기되고 있는 당면한 모든 문제들을 신속하고 지혜롭게 처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특히 향후 쇠고기 수입으로 예상되는 피해 한우 농가들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속히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원문출처 : http://www.kgib.co.kr/new/03_opinion/opinion_news.php?cate=72&page=1&idx=291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