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5
솔로몬의 지혜
어릴 때 교회 주일학교에서 들은 솔로몬의 이야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아이를 놓고 서로 친엄마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의 송사를 맡은 솔로몬은 도저히 친엄마를 가려낼 수 없으니 두 여인에게 아이를 나누어 가지라고 말합니다. 서로 아이의 한 팔 씩을 잡고 당기라는데 진짜 친엄마는 울면서 팔을 놓고 맙니다. 그 때서야 솔로몬은 그 여인에게 아이의 친엄마임을 확인해 줍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갖가지 민원에 접하게 됩니다. 때로는 도의원으로서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서 하느님께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지역구의 한 분이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연명부가 첨부된 꽤 두터운 서류를 내보이는데, 본인이 있는 상가지역의 도로가 '일방통행'이 되게 생겼는데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보니 해당지역 여러 상인들의 민원에 의해서 그리 결정된 것이었습니다. 도로 하나를 놓고 한 쪽에선 '일방통행'을 원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선 '쌍방통행'을 원하니 이거야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고선 해결할 방법이 없는 노릇입니다. 어느 쪽 편을 들어줄 수도 없고, 결국은 구청의 소관부서를 찾아가시라고 안내를 하고 말았습니다.
"민원인에게는 이익이 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상대방이 생기지 않는 민원이 과연 민원일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민원의 해결은 조심스럽고 또 그만큼 어렵습니다. 최근 경기도의회에 계류 중인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의 경우가 또한 솔로몬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경우입니다. 이 조례안의 취지는 문화재주변에서 건설공사 시 문화재보존에 미치는 영향검토 범위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의거 도시지역 중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인 경우 당해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200m 이내로 하여 사유재산 규제를 최소화 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간 문화재 주변에서 재산상 피해뿐만 아니라 생활에 어려움마저 느끼는 많은 민원인들에 의해서 여러 차례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 조례안의 발의에 동참했습니다. 수원 장안구 지역에도 경기도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노송지대'와 관련된 민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송지대'는 정조대왕께서 사재를 털어서 능행차길에 심으신 소나무가 그 숱한 전란을 다 견디고 살아남아 있는 곳입니다. 마땅히 잘 보존하는 것이 후손된 도리일 것이나,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아픔 또한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소나무 몇 그루가 막고 있는 모양새이니 말입니다.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다시 이곳을 지난다면 꽹과리를 치고 나가 '격쟁'이라도 벌일 일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조대왕이시라면 또한 마땅히 소나무를 뽑아서라도 백성을 돌보실 거란 생각입니다. 현재의 이 지역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선 개정조례안의 200m도 오히려 과하다는 것이 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도지정문화재만이라도 그 보존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장기적으론 모든 문화재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반경 몇 미터 내의 행위제한을 두는 현재의 방법이 아니라, 개별 문화재 별로 보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로 행위제한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면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서라도 말입니다.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