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르네상스를 위하여

등록일 : 2007-10-0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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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7(일)  - 기호일보 기고문 -

 2007년 한국프로야구 관중이 4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996년 이후 11년만에 이뤄낸 쾌거라 할 수 있다. 2004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비리 사건과 이승엽·이병규 등의 인기야구선수들이 해외프로야구리그로 진출했음에도 국내 프로야구단은 새로운 선수 발굴과 더불어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내 프로야구의 흥행에는 구단의 성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관중 동원에 유리한 대도시의 구단들이 예년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프로야구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의 부활은 2005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야구강국 미국과 일본에게 승리함으로써 예견되었다. 당시 국민들의 폭발적인 응원은 2002년 월드컵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응원열기와 인기를 2006년 프로야구에서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었다. 빡빡한 일정에 지쳐버린 선수들이 좋은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몇몇 유명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결장하면서 관중들을 구장으로 불러들일 유인이 사라졌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즌 중반,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열린 탓에 국민적 관심과 열기가 분산됨으로써 프로야구의 흥행 척도라 할 수 있는 400만 관중 시대를 열지 못했었다.

 2007년 한국프로야구는 단순히 관중 숫자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의미를 가지는 시즌이었다. 미국프로야구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던 한국프로야구의 원년 스타 이만수(SK 와이번스 수석코치)의 한국무대로의 복귀와 최희섭·봉중근 등 미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젊은 선수들의 국내복귀는 프로야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새로운 기대를 갖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프로야구 팬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만수 코치의 소속구단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해외파 선수들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각 구단들이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 관중을 불러 모이는 데 성공한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한국프로야구가 11년만에 관중동원 400만 명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현재 한국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수년째 계속 되고 있는 현대야구단의 매각 문제와 연고지 이전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불안한 상태로 시즌이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전체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시즌에도 현대야구단은 어중간한 입지 탓에 관중동원에 참패했다. 이는 현대야구단이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인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다만, 구단의 어려운 재정 상태와 연고지 이전 계획의 실패 등이 겹치면서 발생한 결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인수기업물색 및 연고지 이전 문제 조율을 구체적인 대상을 정해서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반드시 다음 시즌 시작 전에는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둘째, 낙후된 구장시설의 보수 및 새로운 구장 건설이 필요할 시기다. 관중들의 기대치와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만 지고 있는데도 선수들이 경기하는 구장의 경우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와 25년이 지난 현재를 비교하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수도권 구장들은 그나마 보수되었거나 신축되었지만, 지방구장들의 경우는 그때와 지금이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관중석 의자 간의 간격이 너무 좁아 몇 시간 동안 관람하기에 어려움을 겪거나 청결하지 못한 시설 유지로 인해 관중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또한 선수대기실의 축대가 무너져 내려 선수들의 생명이 담보로 잡힐 정도라고 하니 이보다 심각한 문제도 없을 정도다. 프로야구 발전에 있어 관중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해당 구단과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특히, 구장을 ‘경기하는 곳’이라는 시각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시각이 가지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용병선수의 지나친 확대는 앞으로도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2명 보유 규정이 확대될 경우 그만큼 국내프로야구 선수들이 설자리가 없어지게 되고, 그 여파는 초·중·고 야구부 선수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어 전체적으로 한국야구의 토양이 점점 척박해지게 될 것이다. 구단들은 단기간의 성적에 급급해 용병문제를 이용하지 말고, 긴 안목을 가지고서 접근해야만 구단, 팬, 지역사회가 하나 되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요건들이 하나하나 충족되어 나갈 때 한국프로야구의 진정한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