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정치가 뭐야?

등록일 : 2007-09-0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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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9. 6(목)  - 중부일보 기고문 -

 찜통더위 속에 개학을 맞은 중3 딸아이가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에 눈빛이 별빛 같습니다. 임시회 첫날, 이런저런 정리가 필요한 터라 일찌감치 집에 돌아왔는데, 이 녀석이 아빠를 보자마자 질문공세를 펼칩니다. "아빠! 정치가 뭐야?" "윽!" 허를 찔린 기분입니다. 몇 년 전인가, 제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할 때, 학교에서 조사하는 가정환경조사서 부모 직업란에 아빠가 국회의원이라고 적어 넣었던 녀석입니다. 대견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민감한 청소년인지라 아빠의 말 한마디를 곧 부동의 진리로 받아들일 것을 생각하니 더더욱 어려운 질문입니다. 유권자를 향해 소리 높이던 자신감은 벌써 사라지고, 딸아이에게 핀잔이나 듣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결아! 넌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니? 바로 네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정치란다. 한데 네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를 때가 있는 것처럼 정치는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정치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으니 서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대표를 뽑아서 정치를 맡기게 되는 거란다. 아빠는 그 대표 중에 한 사람인 것이지……."

 많은 이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내 꿈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용기와 열정, 겸손과 봉사를 이야기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마지막엔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습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그것도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대통령 선가 코앞이고, 해가 바뀌면 바로 국회의원 총선거가 닥칩니다. 딸아이에게 정치권의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벌써부터 알 필요도 없으려니와 녀석들에겐 '그저 과거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정도로 남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최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보여준 아름다운 승복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녀석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행해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입니다. 광복 이후 60여 년 만에 전란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냈고, 이제 선진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역사에서도 이만한 성취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두고 있는 선진화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인 듯합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가 되면 선진화가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과정이야 어떻든 목표에만 매달리면 선진화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시대정신은 '선진 대한민국 만들기'입니다. 과거에 얽매이는 어리석음도 더 이상의 편 가르기도 이젠 없어야 합니다. 선거는 경쟁일 뿐 전쟁이 아닙니다. 치사스러운 선거 전략은 더 이상 국민들을 호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올 대통령 선거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떳떳한 정책 중심의 선진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빠! 정치가 뭐야?"라고 묻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의 멋은 네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단다."라고 답해 줄 수 있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