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미술관과 경기도 미술관

등록일 : 2007-07-3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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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30(월)  - 중부일보 칼럼 -


오늘날 현대 미술관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물 자체의 건축 미술학적 독특함과 아름다움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내부의 미술작품 전시와 더불어 역사적 건축 자체를 관람하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 유치로 뉴욕시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건축이 이루어진 것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59년이었으며 뉴욕시가 갖고 있던 여러 이미지 가운데 문화관광 메카로서 자리잡는데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하나의 미술관이 공헌한 바는 돈으로 따지거나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이나 그 이후에 어느 미술관도 구겐하임만큼 확고하고도 지속적인 건축적 영화와 명성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미술사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구겐하임은 문화영역을 확대시켜 글로벌화를 시도하였는데 1997년 스페인의 빌바오에서 또 한번 구겐하임의 진가가 빛나게 되었다.

불과 인구 40만의 중소기업 도시였던 빌바오에 미술관이 들어선 것은 뉴욕 본관이 추구하는 가치와 새로운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는데, 개관 첫 해에 전 세계로부터 130만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들여 도시 자체를 완전히 변모시킨 기적이었다.

광산과 조선소가 있던 공업도시가 불황과 쇠퇴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창조하고자 한 것이 문화산업이었고 드디어 기념비적 건축물을 하나 세우는 것으로 한 도시의 운명을 신데렐라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칙칙하고 무거워 보이는 도시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빌바오는 바스크 민족주의자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작년 경기도다 오랜 우여곡절 끝에 도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하고 인구 1천만의 도세에 부응하는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건립한 도립미술관이 개관되었다. 그러나 최근 1년도 되지 않은 새 건물에 비가 새고 바닥이 갈라지는가 하면 적은 양의 비에도 침수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도민들을 기가 막히게 만들고 있다.

구겐하임과 같은 세계적인 성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경기도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에 걸맞은 미술관으로서 위상을 갖추고 도민의 자부심이 되리라는 기대는 절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부실공사의 흔적은 중앙 일간지나 TV 등에 의해 전국적인 망신을 산 부실상태보다도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히 시공만의 잘못으로 하자보수 정도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시공을 위한 일시적인 폐쇄까지도 거론될 정도이니 이 건물을 경기도가 자랑하고 내놓을 만한 문화건축물이라고 하기가 창피스러운 일이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지은 미술관인데 구겐하임과 경기도 미술관은 어찌 이리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나는 결과물로 나타났을까? 모든일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했는지가 답이라고 단정할 뿐이다.

장마가 끝나는 마지막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새로지은 우리 미술관은 지붕이 새지나 않을까, 물이 역류해 건물로 들어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을 구겐하임과 견주자니 참 한심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