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8
'세계일류경기' 만드는 길
2007. 7. 27(금) - 경인일보 기고문 -
얼마 전(5월29일~6월1일) 경기도의회 한·일친선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동료 의원들과 함께 1994년부터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가나가와현 의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가나가와현 의원과 상호 관심사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통해 많은 부문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가나가와현 의회와 거둔 성과 못지않게 가슴 속에 남았던 것은 가나가와현이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현장을 돌아보면서였다. '경기도의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444만2천100여㎡ 면적 전체가 매립지인 도쿄만 오다이바 개발 현장을 살펴본 뒤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상버스와 운전기사 없이 운행하는 모노레일 열차를 시승했는데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미래형 첨단 신도시의 활력있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이어 간척지를 메워 건설한 미래의 항구도시인 미나토미라이를 비롯해 요코하마 신·구도시 도시 재생 현장을 둘러 보았다. 활화산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연조건 속에서 지진에 대비한 토목·건축기술을 토대로 대자연의 악조건을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자 디딤돌로 사용하는 지혜가 돋보였다.
그리고 요코하마에 있는 연간 5만9천기의 엔진을 생산하는 닛산 자동차 공장을 견학했는데, 공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개발한 기계와 기구를 직접 응용해 불량률을 낮추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 현장을 보면서 일본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나가와 현을 방문하는 동안 선진국 도시가 지금의 모습을 만들고 지탱해 준 과거의 시스템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틀을 과감히 만들어 수용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도쿄도의 북쪽 경계선에 위치한 가나가와현은 일본의 경제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곳이자 동시에 1970년대의 심각한 환경오염을 성공적으로 조절한 대표적인 도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최초로 1993년 '지방의제(local agenda) 21'을 채택,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필자 역시 김포군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김포군에 '로컬 어젠다'의 채택 필요성을 강력히 요청한 적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 '수렵채취사회→농경사회→산업사회→지식정보화사회' 등 연속되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의 핵심에는 아마도 이 명제가 중심에 있었을 것이다. 특히 '감성', '다양성', '스피드', '네트워크', '세계화', '혁신', '탈중앙화', '창조성' 등의 시대정신이 이같은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이끌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떠한가. 경기도는 수도권, 더 나아가 동북아의 중심지라는 지정학적 특수성과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전반적인 지속가능 전략과 연계해 경기도의 도시 규모와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차별화된 기능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 자연 특성에 따라 역사도시, 문화도시, 군사도시, 항구도시, 관광도시, 전원도시, 생태도시, 기업도시, 신도시 등으로 특화해 가나가와현처럼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서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브라질·미국·일본을 넘나들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떠맡아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의 기업들로 일궈냈고 닛산자동차 부활의 신화를 이루어낸 '카를로스 곤'이었다. 그는 '리바이벌 플랜(NRP)'이라는 이 시대 혁신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적자 투성이였던 닛산자동차를 흑자기업, 우량기업으로 부활시킨 탁월한 경영 능력의 소유자다.
경기도가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설정하고 여기에 카를로스 곤의 '혁신' 철학을 접목한다면 아마도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세계 경제의 관문'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