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파이팅!

등록일 : 2007-07-0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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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9(월)  - 중부일보 기고문 -


 큰 녀석이 고3입니다. 뒤에서 세는 등수가 훨씬 빠른데도 구김 없이 밝고 예쁜 모습이 자랑스러운 딸입니다. 교실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담임선생님께 “학교가 헬스클럽인 줄 아냐?”고 꾸지람을 들을 정도로 몸매 관리에 집착하기도 하고, 쉬는 일요일 저녁시간이면 자기 반 친구들 자랑에 마냥 수다스러운 여학생입니다. 대학입시 준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건강하게 이겨내는 녀석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엊그제 기말고사 기간에는 밤늦게 귀가한 아빠를 붙잡고 ‘국어문법’ 과외를 강요하는 바람에 30년 전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저녁, 아빠가 가르쳐준 내용들이 시험에 많이 나와서 좋은 점수를 받았노라고 아빠의 기를 살려주는 배려까지 잊지 않는 딸이니 어찌 아니 예쁘겠습니까?

이 녀석이 얼마 전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50%로 해야 한다는 뉴스를 아빠보다 먼저 알고선 아빠에게 항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의 법칙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결정되어야 하고, 그래야 모든 참가자에게 공평한 것이라는 논지였습니다. 본인이 내신등급을 잘 받지 못하는 상황도 감안했겠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발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정치인이라는 아빠는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이냐는 비판이었고, 심지어는 실력행사까지 하겠다는 태세였습니다. 더 이상은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당할 수 없다는 대학교수들의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다행히 교육인적자원부가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입시가 언제나 제 자리를 잡게 될지 큰 걱정입니다.

제가 1980년도 고3 수험생 당시엔 예비고사와 본고사가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일정 수준의 대학지원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예비고사였고, 예비고사를 통과한 학생들 중에서 대학별로 따로 문제를 출제해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본고사였습니다. 예비고사는 전 과목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는데 어지간히 공부를 했던 학생이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수도권 대학을 지원할 자격을 얻는 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을 주관식으로 치르는 본고사 준비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한데 1학기가 끝날 무렵에 ‘본고사 폐지’라는 무지막지한 횡포가 벌어졌습니다. 본고사로 인한 ‘빈익빈부익부’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기억합니다. 지금 고3인 제 딸이 받았을 충격을 제가 잘 이해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여러 차례 바뀌었고, 지금의 입시제도는 고3 담임선생님조차도 100%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복잡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원망스러울 밖에 없습니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선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진정한 백년지대계를 제대로 공약하는 후보를 뽑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따지는 예쁜 딸에게 그나마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얼마 있으면 ‘1차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학입시가 시작됩니다. 즐거운 여름도 반납하고, 찜통 같은 교실에서 책과 씨름할 딸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남은 몇 개월 동안만큼은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말고 잘 먹었으면 좋을 텐데 아빠 말을 잘 들어줄지 어쩔는지?

예쁜 딸이 아빠하고의 약속을 잘 지켜줄 것을 저는 믿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 약속을 말입니다. “사랑한다! 한솔아!” “큰 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