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여다 본 동아시아

등록일 : 2007-07-0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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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7. 2 (월)  - 기호일보 기고문 -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을 통해 한국의 동아시아 내에서의 통상허브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의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해온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그 절대적인 국력과는 상관없이 상대적인 약소국의 지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한국은 통상대국의 지위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적 약소국의 위치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의 지역질서를 면밀하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시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의 힘의 균형이 지역적 질서를 결정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도 남북 당사자 간의 해법 찾기 보다는 6자회담의 다자주의적 안보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 것도 이 같은 지정학적 특성에 연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와 같은 환경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국제 전략의 원칙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와 안보에 관한 사항을 분리해 사안에 따른 거시적 시각을 달리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사항에서는 철저한 국익의 우선원칙을, 안보와 관련된 사항에서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지향적 현실주의의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사안에 따라 거시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아시아의 지역질서의 현실과 특성에 관한 치밀하고도 면밀한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한국은 중국이라는 변수를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중국의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음에도 아직까지 한국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후진적인 상태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중국의 내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자본의 직접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적 기회의 땅이며, 이미 한국과의 교역의 측면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교류를 통해 흑자를 안겨주고 있는 거대시장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중국이 한국과의 협정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자신들의 경제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역내 협력구조에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저변에 깔려있다. 한국정부는 이와 같은 중국의 의도를 바로보고 국가의 이익에 최대한 이바지할 수 있도

록 중국과의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안보환경의 확보와 역내의 다자주의적 안보질서 창출에서 균형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90년대부터 ‘중국위협론’이 대두했다. 냉전질서의 붕괴 이후 미국과 필적할 만한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중국정부는 이와 같은 중국위협론에 대응하기 위해 ‘화평굴기’와 ‘화평발전’과 같은 외교적 수사를 이용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중국을 위협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중국이 아세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상하이 컨센서스와 같은 다자주의적 안보질서 창출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시각에서 해석돼야 한다. 한국에게 중국의 부상은 분명 안보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는 아직까지 중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관점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미국보다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졌음에도 경제적 득실에 관한 논의와 국민적 정서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해 현재 협상은 중단되어 있다. 한국 근대사에서 일본은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였음에도 한국의 대일무적 적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헤이세이 불황으로 일컬어지는 장기적 경제불황을 극복하고 일본의 경제는 서서히 깨어나고 있으며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미국 대외전략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일본과의 단절적이고 불편한 관계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복잡한 국제정세에도 처음으로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적 역할을 요청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틈새에서 오히려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한다면 한국의 대외적인 위상은 한층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 질서의 변화와 특성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중국과 일본과 같은 역내 국가 간의 관계성을 치밀하게 분석해 한국이 추진해야 할 거시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재도약, 그리고 북핵문제의 대두와 다자주의적 안보협의체의 역할 강화라는 한반도의 국제정세는 경제와 안보적 측면에서 정부가 분리된 전략을 추진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맞이하자. 준비된 한국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