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신도시 유감

등록일 : 2007-06-25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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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6. 25(월)  - 기호일보 기고문 -


  정부는 지난 1일 화성시 동탄2지구 신도시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명분은 주택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이다. 평당 800만 원대의 분양가는 확실히 기존 아파트시세에 비춰 싼값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신도시의 바탕이 되는 수도권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최대규모의 신도시개발이 명품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다 용인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정부가 신도시개발정책을 집값 안정을 위한 ‘전가의 보도’인양,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이 사용해 왔지만 현재 수도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신도시들이 갖고 있는 주거불편사례와 사회적 손실비용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친환경적 도시, IT, R&D 산업단지조성 등 신도시 개발 때마다 등장하는 약속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담겨있지만 신도시의 개념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은 자족도시기능이다. 그리고 수도권에 요구되는 것은 신도시보다는 친환경 공장부지의 규제완화다.


 이미 수도권의 위성도시들은 공장이 빠져 나간 자리, 농지가 전용된 자리에 빽빽이 들어선 고층아파트의 숲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 7위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은 환경문제를 들어 불허하면서 신도시개발은 밀어붙이는 정부의 이중적인 정책은 자족형 도시건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신도시개발로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발상은 주택정책에 있어 이 정부의 단견을 보여준다. 김포 검단을 비롯해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을 밀어붙이다 건국 이래 최대의 주택가격폭등이라는 홍역을 치룬 게 불과 8개월 전이다. 정책은 혁명이 아니다. 안정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예측가능하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시장의 안정성을 뿌리채 흔드는 정책에 대해 국민적 수용성이 높을 리 없다.


 개발이익이 해당지역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에게 돌아가리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화성동탄신도시 예정지역 주민들은 벌써부터 토지수용에 따른 주거이전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토지보상비는 받겠지만 대대로 살아온 생계의 근간이 되는 땅을 잃어버리는 혼란에 직면해 있다. 그런가 하면 개발예정지 접경 2㎞ 내에는 향후 20년간 개발을 원천봉쇄한다는 발표에 용인시와 화성시가 성명을 발표하고 삭발을 하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발표 직전에 건축 인허가 신청이 600건이나 몰렸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울 것도 못된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행정정보누설과 부동산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이익의 대부분이 지역민이 아닌 부동산업자와 개발업자 그리고 투기꾼들의 몫이었던 것도 새삼스러운 게 못된다.


 더 큰 문제는 6조 원에 달하는 토지보상비다. 이 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일시에 풀린다면 화마가 산소를 찾듯이 뭉칫돈은 또 다른 잉여이익창출을 위해 시장을 교란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동탄 제2신도시 개발이 마지막이며 이 정부에서 더 이상의 신도시 개발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 정부의 임기가 8개월 남아 있고 건실한 기업활동에 대한 투자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현실에서 주식시장이 왜곡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개발보다는 보존의 가치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과거가 오늘에 전해주는 교훈이며 개발이 필요하다면 개발에 따른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함은 정책입안의 상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