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자효와 수원시 연화장

등록일 : 2007-06-1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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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14(목)  - 경기일보 기고문 -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慈愛)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孝誠)스러워야 함을 일컫는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말이 있다. 자효의 범위가 부모의 생존을 떠나 사후에도 적용된다고 볼 때, 최근의 화장장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을 접하면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최근 경기도 광역화장장 유치와 관련, 하남시장이 주민소환제 1호로 거론되는가 하면 역시 추모공원과 관련해 부천시장이 주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남시장의 소환 거론은 화장장의 도시이미지 저해와 환경문제때문이지만 사실은 주민들의 의견 수렴절차 무시와 화장장 유치과정의 독선행정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부천시 추모공원과 관련해서는 지역 내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민-민(民-民)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국가나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 유치와 관련해서는 주민소환을 제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가 쫓겨나야 한다면 어느 시장이나 군수가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를 극복해 보겠다고 팔을 걷어 붙일 것인가.

장사(葬事)시설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서 유럽이나 일본처럼 시민들에게 친절한 공원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장사시설 부족으로 인해 불법 화장이 판을 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장례식장이 770여곳이 있는데 유골을 소각하는 화장장은 47곳(총 화장로는 220로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사는 수도권에는 화장장이 4곳(화장로 62로)에 그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묘에서 파낸 유골의 경우 드럼통에 담아 가스버너나 LP가스로 가열하기 일쑤여서 유골이 제대로 타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고 유해물질이 발생하며 고인에 대한 존엄성마저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은 정조대왕의 효심이 배어있는 효원의 도시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하다.


수원시 연화장에는 삼국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효와 관련된 실천사례들이 패널로 전시되고 있으며, 외국의 장묘문화들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사진으로도 전시되고 있다. 화장장은 부모님을 기리는 자손들의 효심을 태우는 부자자효(父慈子孝: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애롭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효도를 다해야 한다)의 현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득 대표적인 자효의 사례를 보인 백범 김구선생의 살신의 효가 생각난다. 그의 자서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의 병세는 상당히 위중했다. 나는 정성껏 시탕했으나 병세의 차도는 없었다. 우리집이 워낙 궁벽한 산촌인데다 가난했기 때문에 고명한 의사를 부른다거나 영약을 쓸 처지는 못됐다. 나는 문득 까마득한 지난날을 생각했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께서 단지(斷指:손가락을 자름)하셨던 일이 머리에 생생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렇다! 단지를 하면 소생하실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를 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어머니께서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아 그 생각을 바꾸고 할고(割股:배를 가름)를 결심했다. 다음날 나는 어머니가 안 계신 때를 틈 타 왼쪽 허벅지에서 고깃점 한점을 떼어냈다. 아찔한 아픔이 정신으로 퍼지면서 붉은 피가 받쳐놓은 사기그릇으로 쏟아졌다. 그 피를 아버지의 입에 흘려 넣어드리고 살을 구워 약이라고 말씀드리고 잡수시게 했다. 그러나 시원한 효험은 없었다. 나는 피와 살의 분량이 적기 때문에 효험이 없다고 생각했다. 좀 더 많은 살을 떼자! 나는 이를 악물고 칼을 잡았다. 살을 떼어 낼 때의 아픔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고 겁이 났다. 먼저보다 천백배의 용기를 내어 살을 베기는 베었지만 그것을 떼어내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허벅지의 살을 썰어 놓기만 했을뿐 조금도 떼어내지 못했다. 나는 썰어 놓은 허벅지를 보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아아! 단지나 할고는 진정한 효자가 할 수 있는 일이로다. 나같은 불효자가 어찌 효자가 되겠는가.”


실로 눈물겨운 효의 실천을 김구 선생은 보여줬다. 그만큼 효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본의 으뜸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원은 정말 행복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華城)’이 있어 역사가 있고 세계적 글로벌기업 ‘삼성’이 있어 미래가 있다. 그리고 혐오시설이라 불리지만 자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수원시 연화장이 있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최근 연화장에 대해 언급했다. 장례식장, 연화장, 납골당 주변을 화성성곽 모양으로 공원화해 유족에게는 추념의 장소, 주말이나 연휴에는 시민들의 나들이 코스,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는 효(孝)체험학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훌륭한 장사시설인 연화장을 갖고 있는 110만 수원 시민은 그런 의미에서 어찌 행복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