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4
간판문화 절망에서 희망으로
2007. 6. 5 -경기일보 기고문 -
간판은 지난 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도시화와 함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정보전달 매체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이 있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우리는 보통 상점의 간판들을 보고 찾아 간다. 그만큼 간판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광고주에 대해선 영업을 잘 하도록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을 보면 작지만 아름답고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간판으로 건축물과 광고물 등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고 그 상점의 품위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남보다 더 크고, 더 많고, 더 눈에 잘 띠는 원색적이고 난잡한 간판들이 거리를 메우고 건축물의 아름다운 외관이 간판들로 뒤덮혀 건축물이 단순히 간판을 부착하기 위한 장소로 전락된 지 오래됐다.
이같은 안타까운 우리의 광고문화를 바라볼 때 너무나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경쟁적으로 건축물에 비해 너무 크고 많이 설치된데다 발광체나 점멸·원색의 무분별한 사용, 음란·퇴폐성 문구와 디자인, 에어라이트·입간판 등의 도로 무단 점용 등은 많은 시민들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고 있다.
필자는 최근 우리의 간판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경기도가 지난 2004년부터 혼잡스럽고 무질서하게 난립하고 있는 간판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시범사업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고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집행부의 역할을 감시·감독하는 도의원 입장에선 집행부가 추진한 업무를 자진해 평가받겠다는 제안은 상당히 뜻밖이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시범사업은 무질서하게 난립된 간판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도시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간판의 표준모델 디자인 개발로 간판문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사업대상지들에 대한 현장 확인을 통해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시범사업을 추진한 거리와 그렇지 않은 거리가 확연히 차이가 났고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디자인된 입체형 간판들이 크고 원색적인 판류형 간판들보다 인지성과 친근감이 뛰어 났다.
특히 간판정비와 병행해 전선 지중화를 함께 실시한 의정부 중앙로와 간판의 파사드를 철제·목재·유리를 사용해 테마별로 정비한 안양 중앙로, 도농 복합시로 도로변 통합 지주이용 간판과 마을별 이미지에 맞는 지주이용 간판을 정비한 파주, 미군부대 앞 쇼핑몰의 특성을 살린 평택, 그리고 각 업소별 이미지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보여준 안성 등 모두 외국의 어느 거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간판들을 잘 정비했다.
다만 아쉬운 건 광고주의 의식 부족으로 아직까지도 간판은 크고 눈에 잘 띄게 화려하고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같은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고 현행 관계 법령상 5㎡ 미만의 가로형 간판은 허가나 신고 없이도 설치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어 지속적인 간판 정비는 물론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중앙부처 차원의 신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평가를 통해 “아름다운 간판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란 말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되새기며 우리의 간판문화가 앞에서 말한 부정적인 면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도시의 얼굴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동안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시범사업을 추진하느라 고생하신 담당 공무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평가를 통해 업주들께서도 간판은 도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남들보다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간판이 아닌 모든 시민들이 공유하는 도시의 얼굴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