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4
한미 FTA 협정문 공개에 즈음하여
지난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고 이제 약 60일이 지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우리 농업의 미래가 가로막힌 것 같아 하루 종일 우울하였다.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FTA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도의회에서도 FTA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 타결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가시화되면서 지난 달 산지 소값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수소보다 암소와 암송아지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농협과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소값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산지 소값은 암송아지 기준으로 협상 타결 전인 3월말 258만원 하던 것이 5월 중순에는 219만원으로 39만원이 하락하였다.
5월 25일에는 한·미 양국 정부가 FTA 협정문을 공개했다. 협정문은 이미 공개된 요약본과 큰 차이는 없지만 일부 공개되지 않았던 부분이 알려지면서 득실 논란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세이프가드(safeguard)에 관한 것으로, 이는 저가의 미국 농산물이 국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경우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의 하나이다. 그러나 세이프가드의 발동을 협정문이 담고 있으면서도 이의 발동을 위한 요건 및 횟수에 문제점이 있어 결국 그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협정문에 따르면 오렌지, 포도주스 등 585개 품목의 경우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보리 등 30개 품목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일명 농업세이프가드)를 적용하는데 예를 들어 농업세이프가드 대상인 쇠고기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물량이 협정 발효 첫해 27만t에서 해마다 6천t씩 늘려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15년차에는 35만4천t까지 늘어나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쇠고기 소비량이 연평균 35만8천t 정도임을 감안하면 세이프카드를 발동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품목수 기준으로 90% 이상을 차지하는 나머지 농산물에 대해서는 일반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수 있지만 1회에 한하여 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예를 들어 포도의 수입 급증으로 국내 과수산업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였다면, 향후 같은 피해가 다시 발생하여도 세이프가드를 발동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하여 칭찬하고 격려하고 싶다. 그리고 정부가 우리나라의 미래와 후손까지도 감안하여 협상에 임하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작금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대단히 유감스럽다. 협상 타결 이후 FTA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할 농업인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들녘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녹색을 가득 품은 어린모들이 들판을 차곡차곡 채워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다. 우리 농업을 꿋꿋이 지켜나가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지를 되새겨보게 된다. 뙤약볕 속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농주 한 잔으로 묵묵히 들판을 지켜나가고 있는 농민들은 이 나라와 국토를 지키고 있는 애국자이다. 그들의 건강과 웃음을 소망한다.
200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