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4
어린이 보호 차량, 무늬만 어린이 보호
최근 어린이보호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았거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긴 것이다. 영세 학원들이 미등록 차량을 이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 하는 등 어린이보호차량의 법과 제도상 안전장치가 허술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자는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3조 1항의 규정에 의해 어린이 또는 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탑승하여야 하고 통학버스는 어린이 신체에 알맞게 승강구 보조발판 설치, 표시등·안전띠 장착 등의 구조 변경 후 관할 경찰서장 허가를 받아 운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육시설(어린이집)은 7천864곳, 유치원 1천836곳으로 9천700개소에 이른다. 반면 어린이보호차량으로 경기지방경찰청에 등록된 차량은 보육시설 1천407대, 유치원 429대 등 모두 1천836대로 전체의 18.9%에 그쳤다. 도로교통법 상 어린이보호차량은 노란색상에 경광등, 승강구발판 등 안전장치를 갖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어린이 보육시설 차량들이 등록을 기피하는 것은 규정이 강제조항이 아닌데다 제대로 안전시설을 갖추려면 차량크기에 따라 50만∼200만원이 소요되고, 일반자동차종합보험보다 최소 1.5배 비싼 유상운송보험특약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차량 지정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단지 ‘어린이보호차량’이란 표지판만을 부착하고 다니는 차량이 도로를 누비는데도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단속할 수도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더욱이 인건비와 차량유지비 부담 등을 이유로 직영차량이 아닌, 불법적인 지입차량을 이용하는 보육시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의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지입차량은 유치원·어린이집·학원 등 여러 곳의 보육시설과 시간제 계약을 맺고 운행되는 탓에 일정에 쫓겨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어린이보호차량을 운행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운전자와 인솔교사의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어린이보호차량의 경우에는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심각한 인명피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으므로 여타의 경우보다 더 엄격한 운전자의 의식이 필수일 텐데도 어린이의 교육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린이보호차량의 불법 운전행태에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4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어린이보호차량 관련 안전사고는 2005년 한 해에만 460건에 달했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이보호차량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는 보호차량의 외관, 장치시설 등 관계법규 규정을 ‘의무사항’으로 강제하고, 자가용으로 분류된 학원차량을 사업으로 재분류하여 경찰과 교육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보호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보육시설 등 영세사업장을 위해 관계기관의 보조금 지원과 보험할인 혜택 등의 제도적 지원책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교통안전의식 부재와 제도적 허술함이 더 이상 어린이보호차량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