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 차량, 무늬만 어린이 보호

등록일 : 2007-05-07 작성자 : 박명희 조회수 :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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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5. 7 - 중부일보 기고문 -


  최근 어린이보호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았거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긴 것이다. 영세 학원들이 미등록 차량을 이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 하는 등 어린이보호차량의 법과 제도상 안전장치가 허술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자는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3조 1항의 규정에 의해 어린이 또는 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탑승하여야 하고 통학버스는 어린이 신체에 알맞게 승강구 보조발판 설치, 표시등·안전띠 장착 등의 구조 변경 후 관할 경찰서장 허가를 받아 운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육시설(어린이집)은 7천864곳, 유치원 1천836곳으로 9천700개소에 이른다. 반면 어린이보호차량으로 경기지방경찰청에 등록된 차량은 보육시설 1천407대, 유치원 429대 등 모두 1천836대로 전체의 18.9%에 그쳤다. 도로교통법 상 어린이보호차량은 노란색상에 경광등, 승강구발판 등 안전장치를 갖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어린이 보육시설 차량들이 등록을 기피하는 것은 규정이 강제조항이 아닌데다 제대로 안전시설을 갖추려면 차량크기에 따라 50만∼200만원이 소요되고, 일반자동차종합보험보다 최소 1.5배 비싼 유상운송보험특약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차량 지정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단지 ‘어린이보호차량’이란 표지판만을 부착하고 다니는 차량이 도로를 누비는데도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단속할 수도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더욱이 인건비와 차량유지비 부담 등을 이유로 직영차량이 아닌, 불법적인 지입차량을 이용하는 보육시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의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지입차량은 유치원·어린이집·학원 등 여러 곳의 보육시설과 시간제 계약을 맺고 운행되는 탓에 일정에 쫓겨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어린이보호차량을 운행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운전자와 인솔교사의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어린이보호차량의 경우에는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심각한 인명피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으므로 여타의 경우보다 더 엄격한 운전자의 의식이 필수일 텐데도 어린이의 교육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린이보호차량의 불법 운전행태에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4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어린이보호차량 관련 안전사고는 2005년 한 해에만 460건에 달했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이보호차량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는 보호차량의 외관, 장치시설 등 관계법규 규정을 ‘의무사항’으로 강제하고, 자가용으로 분류된 학원차량을 사업으로 재분류하여 경찰과 교육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보호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보육시설 등 영세사업장을 위해 관계기관의 보조금 지원과 보험할인 혜택 등의 제도적 지원책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교통안전의식 부재와 제도적 허술함이 더 이상 어린이보호차량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