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과 무재칠시

등록일 : 2007-05-0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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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5. 4 (금)  - 경기일보 기고문 -


지방의원의 정치적 최대 꿈은 시장이나 군수, 아니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자기의 모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 돈 없이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 방법,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화안시(和顔施)다. 부드러운 얼굴로 베풀라는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밝게 웃는데 대적할 장사 없다. 얼굴빛이 좋으면 만사가 좋은 법이다. 부모에게나 자식에게나 배우자에게나 상사에게나 웃는 낯빛과 부드러운 얼굴은 최상의 존중이요, 대화법이다. 아침을 부드러운 얼굴로 시작하는 사람은 하루가 좋고 하루를 좋은 얼굴로 사는 사람은 인생이 피기 마련이다. 그러니 스스로 부드러운 얼굴을 선택하라. 그리고 부드러운 얼굴로 베풀라. 그러면 만사가 풀린다.


둘째, 언사시(言辭施)다. 좋은 말씨로 베풀라는 말이다. 좋은 말씨란 상대를 배려하는 말 씀씀이다. 말을 잘못하면 칼이 되고 말을 잘 쓰면 천냥 빚도 갚는다. 아울러 말 씀씀이가 사람의 품격을 가늠하게 한다. 품(品)자는 입 구(口)자가 세개 모인 것이다. 결국 입에서 품격도 나온다.


셋째, 심시(心施)다. 마음 가짐을 좋게 해 베풀라는 말이다. 마음가짐을 좋게 한다는 건 마음을 늘 안정시켜 불안하지 않고 평정되게 하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평정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거기서 신뢰가 꽃핀다.


넷째, 안시(眼施)다. 좋은 눈빛으로 베풀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눈빛을 바로 하는 게 수양의 첫걸음이자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었다. 어른을 대할 때, 자녀를 대할 때, 아내와 남편을 대할 때, 그리고 상사와 동료를 대할 때, 아랫사람을 대할 때 좋은 눈빛이면 만사가 평화롭다. ‘좋은 눈빛’은 곧 좋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지시(指施)다. 지시하거나 부리더라도 좋게 하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지시하고 부릴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을 시켜도 정작 일하는 이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소한 잔심부름을 시켜도 일하는 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인정(認定)’에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진정으로 부리고자 한다면 먼저 그의 존재감을 인정해 주라. 사람을 인정한 후 부리면 뒤탈이 없다. 아니 사람이란 인정받고 있다고 믿으면 목숨을 걸 만큼 충성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고 부리면 반드시 화가 미친다.


여섯째, 상좌시(牀座施)다. 앉을 자리를 배려해 주라는 것이다. 설사 앙숙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의 앉을 자리를 도려내지 마라. 오히려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라. 그 경쟁자가 나를 밟고 가는 게 아니라 되레 나를 더 키운다. 라이벌 없이 크는 영웅은 없는 법이다.


일곱째, 방사시(房舍施)다. 쉴 만한 방을 내주라는 것이다. 남에게 내 방마저 내주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지 마라. 사람들에게 쉴 만한 공간을 내주는 이상으로 나의 존재영역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무재칠시, 즉 돈 없이도 베풀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일곱가지 방법은 지방의원의 삶의 지표가 됐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난날의 원한은 모조리 잊으라”는 공자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방정치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구설수에 오르거나 자기도 모르게 원한을 사 원수처럼 지내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날의 원한을 모두 버리고 화합과 상생 속에서 통합을 이루며 통합의 기초 위에 소기에 목적한 자치단체나 국회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