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2
UCC, 잘 쓰면 藥 못 쓰면 毒
필자는 네이트닷컴에 미니홈피가 있다. 대문이름은 ‘영원한 행복의 꿈’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만든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관리소홀로 개점휴업상태이다. 놀러 온 분들의 눈칫밥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는 한 친구의 미니홈피는 내가 보아도 참 재미있다. 다소 딱딱한 직업적 분위기와는 달리 자신이 여행한 산사(山寺), 특산물, 숙소, 음식 등의 사진을 올려 지인들에게 행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요즘 ‘UCC’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어렵게 생각하지만 별 뜻 아니다. ‘TV비디오여행’과 같은 방송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일반시청자들이 찍은 비디오를 보내 재미있게 소개하고 등수를 매겨 상도 준다. TV의 경우 대부분은 어린이나 아기동물에 대한 사랑스럽고 웃음을 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이렇듯, 상업적인 의도 없이 자신의 ‘직찍(직접 찍은)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려 많은 사람들과 정보와 의미,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통틀어 ‘UCC’라고 정의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디카·휴대전화 등 모바일 분야가 발달함에 따라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들도 기존의 미디어보다 빠르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생산해 내면서 확산되었다.
2006년 12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 올해의 인물’로 ‘유(You)’를 선정하고 ‘블로그나 미디어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평범한 당신이 바로 올해의 주인공’이라고 발표하여 새로운 문화 트랜드로써 UCC의 힘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UCC’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는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의 양을 앞지르며 미국 최대의 인터넷업체 구글에 16억 5천만 달러에 매각됐다. 한국의 ‘UCC’ 업체인 판도라TV는 월 방문자 160여만 명 등을 기록하여, 미국에서 60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고 하니 앞으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분명하다.
작년 유튜브에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 측 입장이 담긴 동영상 UCC가 대거 게재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동영상은 일본 정부나 방송, 일본 네티즌에 의해 제작된 편파적인 내용 일색으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맞서 “UCC에는 UCC로! 전 세계에 독도 영유권 당위성 알린다”는 슬로건을 걸고 한국의 UCC업체에 근무하는 한 젊은이가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들을 모아 영문으로 동영상 UCC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독도가 한국 영유권임을 보여주는 일본 고문서나 지도 등 사료에 기반을 둔 14가지 근거를 통해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제시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얼마 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최근 UCC가 관심의 대상이자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한다. 네티즌이 정보의 이용자이자 생산자인 웹2.0 시대에서 익명이 가능하면서도 경계가 없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인터넷의 속성을 고려할 때 대선의 국면에서 그의 유용성을 살리고 악용으로 인한 폐해를 경계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네티즌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포털 사이트 에 온갖 정치기사에 대한 댓글은 기본이고 촌철살인으로 아고라광장을 점령하였으며, 투표부대 노래를 퍼 나르는 등 친근한 대선환경을 만든 것은 가히 온라인 혁명이라 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세계를 통해 대선후보를 정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한들, 그 분은 우리 국민의 눈높이일 뿐이다.
결국 관건은 사람이지 제도가 아니다. UCC가 좋은 도구가 되는 것은 사람하기에 달린 일이다.
미국의 타임지가 2006년의 인물로 ‘당신’이 되었듯이 대선을 앞둔 2007년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이 될 것이다.
2007-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