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자살, 사회적 대응 급하다

등록일 : 2007-02-15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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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15 - 경기신문 기고문 -


 한국 사람처럼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백성이 없다는 말이 실감날 때가 많다. 좋아할 뿐 아니라 직업가수 뺨치는 멋드러진 곡조에 화려한 무대매너까지 겸비하니 나훈아, 패티김이 울고 갈 처지다.


 대학시절 통기타서클에서 가수의 꿈을 넘보던(?) 필자는 여느 사람처럼 노래부르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마음의 어지러운 찌꺼기들이 씻겨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좋아하는 가수를 꼽으라면 10여년 전 서른 셋의 젊은 나이로 자살한 김광석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북한군 장교역을 맡았던 송강호가 ‘김광석은 왜 자살했어요? 아까운 가수인데’라고 아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나리오 작가가 그의 죽음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당시 TV뉴스를 통해 그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나 또한 적잖이 놀랐다. 언더그라운드로 시작했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그와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매니아층도 단단했다. 요즘도 ‘서른 즈음에’를 부를 때면 그의 죽음이 가슴 아프다.


 2006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OECD국가 가운데 한국이 2년 연속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으로 헝가리(22.6명), 일본(20.3명)은 물론 영국(6.3명), 이탈리아(5.6명), 스페인(6.7명)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1995년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1.8명이었으나 불과 10년 만에 2005년에는 두 배가 넘는 26.1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선정보도 모방자살 부채질


 하루 38명의 한국인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2002년, 사망률로 따지자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19.13명으로 교통사고 사망률(19.12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특이할 만한 것은 20-30대의 경우 2002년 사망원인 2위였으나, 2006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대의 경우 자살이 두 번째 사망원인으로, 매년 6천-1만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젊음 하나로 뭐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몇 달 간 유명연예인의 연이은 자살소식이 매스컴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그들의 연령대가 한창 빛을 발할 수 있는 20대 중후반이라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의식 있는 사람들은 모방자살을 경계하자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몇 년 전, 장국영이 사망한 직후 홍콩에서 자살한 사람이 하루 평균의 2배 이상 늘어난 전례가 있다고 하니 긴장하고 주위를 돌아봐야겠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유래한 ‘베르테르 효과’는 이처럼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젊은이들이 여과 없이 전달되는 선정적인 자살보도에 노출되어 ‘따라하기’에 나설까 두렵다.


 ‘자살을 왜 하느냐!’ 하는 가치평가의 문제는 뒤로 하고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분명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다.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다양한 차원에서 예방과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예방교과서’ 늦었지만 다행


 늦은 감이 있으나 국내 최초로 ‘자살예방교과서’가 발간될 예정이라니 환영할 일이다. 이 교과서는 정신보건 관련의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학자 등 전문가 집단을 교육시키기 위한 교재로 활용되며 간략본을 만들어 일반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기도 차원의 할 일도 많을 것이다. 가족체계, 상담기관·사회복지시설 등 복지체계, 의료기관·보건소 등 보건의료체계, 학교·직장 등 사회체계, 이웃과 친구 등 집단체계 등이 긴밀하게 정보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자살에 대한 사회의 유기적 공동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다시는 이 시대에 젊은이들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