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25
경기농정의 블루오션
2007. 1. 31 - 경기일보 기고문 -
행정도 시장 경제하에서는 하나의 상품이 된지 오래다. 공급자는 정부이며 수요자는 고객인 국민들이다. 일반 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상품은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 선택이 이뤄지지만 행정상품은 공급자인 정부에 의해 선택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행정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Red Ocean)이 있게 마련이다. 즉 정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행정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따라서 각 행정상품은 시장 출시에 선택되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 예산 편성방향이 분야별 예산한도를 지정하는 방식(Top-Down)으로 변경돼 행정시장은 이제 제로섬게임(Zero Some Game)을 벌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산업고도화와 주민 생활 수준의 향상은 농업을 포함한 다른 분야의 시장(Market-Share) 축소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복지·교육·사회 인프라에 대한 시장선호와 생활복지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자연히 농정상품에 강력한 위협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농정상품의 가치 창출을 위해 새로운 영역의 블루오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오랫동안 추진해온 사업 중 현실에 맞지 않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Eliminate)할 필요가 있다. 행정상품도 태동-발전-성숙-쇠퇴의 주기(Life cycle)를 갖고 있다. 행정환경 변화에 따라 쇠퇴기에 있는 사업은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야 한다. 기존 사업을 제거해 예산 활용의 유동성을 높이고 신규 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해 행정의 가치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
다음은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에 대한 예산과 인력 등의 지원을 줄이거나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반정비사업이나 소규모 개별보조사업 등은 줄이는 작업(Reduce)이 필요하다. 반면 시장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이나 농촌개발에 대한 사업은 대폭 늘려(Raise) 나가야 한다.
끝으로 기존 환경에선 제공하지 못했던 농정수요나 새로운 정책추진 방식을 적극적으로 발굴(Creative)하고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민의 웰빙 트랜드를 반영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 다양한 농정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블루오션을 농정에 도입한 게 경기도의 선택형맞춤 농정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원사업을 공모방식에 의해 선정하고 전문가를 통해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후 지원하는 농정의 소비자 맞춤형(Tailored) 상품이다.
지금까지의 농정은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메뉴에 맞춰 농업인에게 획일적으로 지원해 행정의 효율성만을 고려한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성장잠재력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지역별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농산품만이 경쟁력을 갖추는 시대가 됐다. 자연스럽게 농업인의 행정수요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맞춤형 지원을 원하게 됐고 이러한 시장수요에 부응한 경기도의 선택형 맞춤농정사업은 한국농업의 대표적인 정책브랜드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지역자원을 특성화한 상품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상품들을 개발하기 위해선 지역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한다. 우선, 농정추진에 있어 지방에 대한 권한이양(Empowerment)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농업의 국고보조사업이 균형발전특별회계와 분권교부세사업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지방에 결정권을 상당 부분 이양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업들은 농림부의 사업 메뉴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지역특성화사업은 자체 프로젝트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의 선택형 맞춤농정과 같이 지방정부가 선택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의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둘째,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선 지식사업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행정수요가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환경에서 전문가를 확보, 현장과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역량 강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끝으로 농촌 발전 주체는 지역 주민이므로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농정의 개발 및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 농촌개발사업의 많은 부분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이를 경영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업과 농촌도 지식정보사회가 된지 오래다. 지식정보사회에서의 경쟁력은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농업과 농촌의 인적자원인 주민, 공무원, 전문가 등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물론 지속적인 경기농정의 블루오션 창출의 길도 여기에 있다.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