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리는 길만 생각하면 안 된다

등록일 : 2007-01-1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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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17 - 중부일보 기고문 -


경기도 지도를 보면 오링테스트 모양새와 비슷하게 생겼다. 오링테스트는 자신에게 맞는 음식인지를 알아보려면 방법으로, 한쪽 손에는 음식물을 쥐고 있고 다른 한쪽 손은 동그랗게 고리를 만들어 엄지와 검지에 힘을 꽉 쥔 채로 다른 사람이 그 엄지와 검지를 한 손가락으로 떨어뜨리게 하는 일종의 ‘기’ 테스트다.


 이렇듯 엄지와 검지를 모은 형상으로 고양시와 부천시가 머리를 맞대고 있고 김포·파주·연천·포천·가평·남양주·양주·여주·이천·안성·평택·화성·안산·시흥이 환상권(環狀圈)을, 광명·과천·하남·구리·의정부가 중핵권(中核圈)을 형성하고 있다.


 갑작스레 지도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이름표만 경기도일 뿐 같은 도민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도청 소재지가 있는 수원을 간다고 하자. 위에서 열거된 시·군 중 한 시간 내에 수원에 쉽사리 갈 곳이 손꼽아 몇 안 된다. 31개 시·군이 이웃이어야 하는데 이웃치고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이쯤 되면 경기도에도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인 올림픽대로와 같은 ‘명품도로’가 몇 개는 건설되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김문수 도지사의 ‘뻥 쑥’ 공약(뻥 뚫린 경기, 쑥쑥 커나가는 경기)에 따라 길은 한결 더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가급적 환경친화적이고 심미안(審美眼)적인 미래의 길을 닦자는 것이다. 도내 주요 관광자원을, 서울을 비롯한 외지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올 외국인들을 상대로 상품화 하려면 현재의 도로와 같은 디자인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남북 종단도로와 동서 횡단도로는 중간 중간 경기도의 미(美)를 한껏 과시하면서 중핵권과 연결짓는 전시성을 띤 파상도로이어야 한다.


 도로도 ‘예술’이어야 함은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입증된다. 환상적인 도로로는 요즘 광고에도 등장하는 노르웨이 아틀란틱 도로가 단연 으뜸이다. 산악도로의 멋과 효율을 살리면서 과속을 못하게끔 설계했다.


 도로를 질주하면서 각 지역의 특산물을 접할 수 있고 각 지방의 특색 있는 박물을 구경할 수 있는 시설을 주변 곳곳에 세우는 것은 도로 건설의 부가적인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적어도 경기도에 함께 살면서 모든 생활권을 1시간 안팎으로 좁히는 도로망 구축도 중요하지만 길을 달리며 무의미한 경기도를 여행하거나 무조건 통과하는 것만을 능사로 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가령, 수목원을 가는 길이라면 최소한 인터체인지만이라도 수목원의 정취를 느끼게 할 그 무엇인가의 시설이 있어야 할 것이며, 평택으로 빠지는 길은 서해안 시대의 관문을 상징하는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살린 길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새해 덕담은 경기도의 ‘뻥 뚫린 길’을 염원하며 시원한 도로처럼, 그래서 무엇이든 속 시원하고 또 아름다운 길이 수놓인,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기분 좋게 경기도를 느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