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7
경기·충남 상생, 아직은 찬바람
2007. 1. 17 - 경기일보 기고문 -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평택항 해상에서 행정구역경계를 놓고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상생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생은 서로가 마음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서로가 양보하고 보완하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갈등을 놔두고는 상생이 될 수 없다.
지난 2005년 초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자동차 및 IT-디스플레이 초광역 구축, 양도 접도지역 첨단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공동 지정, 대학 연구소 등 연구·개발(R&D) 및 기업 지원 관련 기관 집적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상생발전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도정 민선 4기에 들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도 취임식을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둘러 만나 상생합의문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26일 상생협력사업 토론회를 연 뒤 황해경제자유구역 조기 지정, 서해안 철도 조기 건설, 평택·당진항 항로 확장 조기 추진 등 3개항의 경기·충남 공동정책건의서를 채택해 중앙 정부에 건의했다. 또 양도가 기업 지원 공동 펀드 250억원을 조성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도 추진하고 있다.
평택항 해상 경계분쟁 심화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외형상 일응 획기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양도는 상생 노력에 앞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선행과제를 간과하고 있다. 평택항 해상 경계분쟁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평택 시민들은 평택항 개발 초기부터 평택항 연안 항만시설 상당 부분(350만평)이 충남으로 넘어간데 대해 극도의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신생매립지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평택시에 지적등록 절차를 밟았고 헌법재판소 쟁송과정에서 행정자치부는 항만의 합리적 관리·운영 측면에서 평택관할 의견을 냈으며 국토지리원도 “해상의 점선이 도간 경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헌법재판소가 행정관습법을 들어 당진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것도 헌법재판관 5대 4의 박빙 차이로 결정된 것에 대해 평택 시민들은 쉽게 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양 지사와 수행원들은 상생토론회에 앞서 평택항 안내선에 승선, 항만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으면서 항만을 둘러보았다. 배 안에서 충남측은 시종 해상경계에서 승소한데 따른 승리감에 도취돼 말을 아끼지 못했다. “저게 다 우리 땅이다”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왜 평택 쪽에만 투자가 많이 되고 당진 쪽엔 안되느냐”, “서부두의 명칭이 잘못됐다. 평택측에서 보니 서부두다. 당진에서 보면 중앙부두로 하는 게 좋겠다” 등등 내·외항 서부두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평택측의 심기를 건드렸다.
특히 토론회에선 당진군수가 내항 서부두 매립지와 당진을 연결하는 연륙교 설치를 집요하게 거론, 가뜩이나 헌법재판소 판결 패소로 낭패감에 빠져 있는 평택측을 자극시켰다.
당진과의 합리적 해결 시급
이를 지켜보던 평택항 관련 단체 회원들이 거세게 항의했으며 행사가 끝난 후 당진 쪽 항만매립공사 저지 투쟁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을 천명, 항만개발사업에 예기치 못할 암운이 감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평택항 경계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가 입법적으로 경계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양도가 합의, 경계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와 평택과 당진 등은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평택항 경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갈등의 해소 없는 상생. 여기에는 찬바람만 몰아칠 것이다.
200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