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도 깜짝쇼인가

등록일 : 2007-01-1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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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 11 - 경기신문 기고문 -


희망찬 정해년 벽두부터 정가에 해묵은 화두가 던져졌다.

8일 노무현대통령은 대통령 4년 임기의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대통령의 적절한 임기와 책임정치의 구현을 위해 미국과 같은 4년 임기 중임제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의견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결과 과반수이상의 응답자가 이같은 원칙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 시기와 의도의 순수성에 있다. 노 대통령의 정치이력을 보면 위기에 닥쳤을 때마다 승부수를 띄워왔다.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했지만 피해가지 않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인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4년임기 중임제 개헌 카드는 사실 정치권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고 토의해 봤음직한 주제다.

최근 대외경쟁력은 고사하고 내부적으로 각 이해집단의 갈등, 국론의 분열, 집값 급상승, 대통령의 평통발언, 대선주자고르기 등으로 어수선해 잠시 잊혀졌던 그 카드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현재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대선주자를 놓고 봤을때 한나라당의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소위 빅3에 가려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는 거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빅3에 필적할만한 실체적인 대선주자가 없는 형편이다.


또 거듭되는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과의 갈등은 신당창당을 넘어 최대 4개로 당이 쪼개어 질지도 모른다는 분당 우려를 낳고 있다.


얼마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모 단체 위원장이 “대통령이 말을 하면 할수록 국민이 불안해진다고 한다. 대통령은 말을 줄여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그 권위가 땅에 떨어져 청와대는 정국을 이끌어 나갈만한 힘을 잃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이런 때에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그 자신 순수한 동기였건 아니건 간에 청와대가 잃어버린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한나라당도 예상되는 이 같은 깜짝쇼에 대비해 정책적인 대비책을 세워놓았어야 했음에도 그러하지 못했다는 질책으로부터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이다.


정국의 주요 이슈, 특히 개헌과 같은 중대 사안은 제의한 쪽이 주도권을 잡는 것이 통례였으며 대선정국에서 뒤진 쪽이 판을 흔드는 것도 선거전의 흔한 고육책중 하나다.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책임인가 아니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책임인가.

만약 노 대통령의 의도가 순수했다는데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책임 또한 노 대통령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지난 시간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들로 인해 국민들은 더이상 노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신선한 충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가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선을 준비하는 모든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그 일 또한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작에는 순수한 의도가 근본이 돼야 하고, 국민들을 위한 일이라는 목적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1년도 남지 않은 시간동안 정치인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신뢰를 회복한다기 보다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이 보여질 때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지도자의 말이 거짓말로 들리거나,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참으로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그것은 정치인과 국민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문득 임기를 처음 시작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무엇이었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