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4
인턴제 도입, 이제는 필요합니다
2007. 1. 4 - 중부일보 기고문 -
지난 시절, 처음 도의원이 되었을 때 황당했던 기억입니다. 도의원이 되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알았는데, 특별한 것까지는 다 그만두고 제 ‘자리’도, ‘책상’도 없는 상황은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입니다. 맷돌이 손잡이가 없으면 무슨 수로 곡식을 갈 수 있겠습니까! 4년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의정활동의 환경은 4년 전과 같이 여전히 조악하기만 하였습니다. 당대표가 되어서 의원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실질적 여건을 만들어 보고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유급제와 더불어 양질의 의정활동수행능력은 언론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제가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요즘 의원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주민이 지역의 다양한 주제와 폭 넓은 식견으로 의원을 압박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줍지 않게 지역주민 앞에서 아는 체 했다가는 망신살이 뻗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지역활동이 옛날처럼 녹록치 않습니다.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고, 당원 중심의 상향식 공천이 일반화되면서 정당활동은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정당은 의원의 행사출석을 체크하고 공천에 반영하는 정책이 도입되는 등 정당정치가 생활화되고 있는 것이 대세입니다. 평소 정당활동에 소극적이면 후일의 공천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생활에 소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정활동은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의무입니다. 고도로 분업화, 전문화된 집행부를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체계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소명이 우리에게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원입네 하고 폼 내던 얼굴마담의 시대는 지났으며, 앞으로는 제대로 일해야 주민의 동의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세상은 진화하고 의원을 바라보는 주민의 눈높이는 그 높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업그레이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은 주민의 점차 세분화, 전문화되는 의정활동,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역주민의 이익을 조정하고 대변하는 지역활동, 정당공천제도입과 상향식공천으로 중요성이 더해가는 정당활동, 이 모든 것을 의원 홀로 감당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얼마 전, 대표실 자체적으로 전 의원을 대상으로 보좌관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물론 이 설문조사는 정식 도의원 보좌관제 도입(지방자치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실시한 조사입니다. 예상했듯이 99%의 의원들이 찬성의 뜻을 표했습니다. 다만, 혼자 일하기는 한계점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여론의 뭇매가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표먹는’ 의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대표실이 확인한 바로는 현재 개인비용으로 정책보좌관을 고용한 의원은 10%(12명) 정도입니다. 비서역할이나 지역구관리보좌명목으로 광의의 보좌역을 감안한다면 훨씬 많은 숫자의 의원이 개인비용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책보좌관을 두었다는 의원들에게 장점을 묻는 개조식 질문에는 첫째 의정활동의 효율성 제고 및 신속성 확보, 둘째 지역관리와 주민의 뜻 적극 반영, 셋째 전문인력의 도움으로 효율적인 집행부 견제, 넷째 정책에 대한 토의나 자료수집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행정사무감사보조 인턴제를 도입했습니다. 항간에 인턴보좌관으로 불리는데 이는 적절한 용어가 아닙니다. 월 90만원의 인건비로는 정책보좌를 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종국에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야 하는 일이나 당장에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일시적이나마 과중한 의원업무를 보좌하는 인턴이라도 있어야 숨통이 틀 수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의원에게 최소한의 ‘어처구니’를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 행자부와 경기도, 행자부와 광역의회 간의 힘겨루기로 비쳐지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국가기관 간에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행자부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니 의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줄 압니다. 주민의 심기와 눈치를 살피는 것은 의원의 본능입니다. 갑론을박 속에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인턴제도를 잘 활용해서 주민에게 인정받고, 나아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의 교두보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층 성숙하고 발전된 의정활동으로 도민의 기대를 채워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