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향연에 국민은 소외

등록일 : 2006-12-2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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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2. 28 - 경기신문 기고문 -


다사다난했던 2006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이상급등으로 서민가계의 주름이 늘어나고 북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정작 우리사회 내부에서는 안보적 위기감보다는 국론분열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 한해였다.


도하 아시안게임의 각종 승전보로 국민이 위로 받은 것도 잠시, 대통령의 막말 연설은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올해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번 노대통령의 격정발언에 대해 ‘노사모’회원들은 “노짱이 오랜만에 한껀했다”며 “속이 시원하다”, “노짱이 본모습을 되찾았다”고 환영했다고 한다. 과연 이번 격정연설은 노무현대통령 다운 연설임에 틀림 없는것 같다. 또 대통령으로서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앞으로 더이상 참지않겠다”는 말로 억울함을 나타냈던 노 대통령의 군비하 발언과 관련, 전현직 군 관계자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참을만큼 참았다”라는 말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응하고 나섰다. 대통령 초임시절 ‘권위주의 탈피’를 주장했던 것이 임기말 ‘막나가는 조직’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듯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니라 국의의 사랑과 칭찬”이라고 밝혔다. 분명 노 대통령이 힘든 싸움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든 말이다.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원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이 잘사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번 노무현대통령의 격정연설을 접한 대다수의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스스로 실패한 대통령임을 토로하는 그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이미 노 대통령의 ‘막말’은 여러번 파장을 몰고 왔다. 물론 그것이 노 대통령의 심중에서 나온 말인지, 아니면 극적으로 몰아가는 언론에 의해 변형된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노 대통령 한사람의 말이 국민 모두에게 치명적인 파장을 불러옴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 것이고, 국민에게 상처주는 말보다는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2천5백년전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국가론’에서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설파한 바 있다. 즉, 민주주의의 결정적이고 구조적인 결함으로 포퓰리즘을 지적한 것이다. 민중의 입맛에 맞는 연설과 공약으로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누구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점을 꿰뚫어본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국민들의 인기에만 힘입어 당선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일, 기존까지의 사람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 주길 바라는 기대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때 분명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2500년전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지적했던 민주주의의 치명적 약점이 검증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다.

다가오는 2007년은 대통령선거가 치뤄진다. “양심과 교양, 그리고 덕망 있는 자에게 권력을 줘야 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이 또한 2007년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선거 결과가 국민의 선택이라는 면에서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 능력을 통한 결과를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혹한 일이다. 국민들은 다만 더 잘 살게 하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고, 그런 지도자에게 투표하는 것 뿐이다.

이제 또 한번의 선택이 다가왔다. 무슨무슨 바람에 현혹되지 않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싸움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가 선택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그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훌륭한 지도자를 원하는 만큼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미리부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