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패러다임 요구되는 교통정책

등록일 : 2006-12-2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57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2006. 12. 29 - 경인일보 기고문 -

인류의 역사는 교통의 역사라고 해도 될만큼 교통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현대문명의 발달로 육상과 해상·공중에 이르기까지 교통 수단과 방법은 다양화·고속화·첨단화하고 있지만 교통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난해해져 가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교통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통이 갖는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시대에 따라 교통에 관한 패러다임을 달리해야 교통문명과 교통문화가 보다 발전할수 있다는 뜻이다.


민선 4기들어 경기도의 주요 도정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교통이다. 김문수 지사는 취임전부터 수도권내 어느 지역이라도 한시간내 도달할 수 있도록 '뻥 뚫린 경기도'를 만들 것을 공약했다. 이러한 의지는 당장 2007년도 예산에 그대로 반영돼 도로망확충에 8천69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물론 도로망의 확충은 교통문제 해결에 있어 시급을 요하는 최우선 과제다. 출퇴근과 휴일은 고사하고 평소에도 곳곳에서 정체로 시달리다보면 개인적인 시간적 낭비뿐 아니라 사회·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도로를 개설하고 넓히는 것은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체를 탓하며 도로를 계속 확장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하는 점은 한 번쯤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독일의 수학자 디트리히 브라에스(Dietrich Braess)는 그의 역설(Braess's Paradox)에서 "도로를 넓히면 더 많은 수요가 창출돼 정체는 더욱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 역설은 모든 교통문제가 도로건설만으로 해결된다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드웨어(도로건설)에 매달린 추의 중량이 소프트웨어(도로운영·관리)에 걸린 추의 중량보다 무거워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즉 '균형감 있는' 교통정책이 병행돼야만 교통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차량'중심의 교통정책에 대한 일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면 누구든 보행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운전자로서 차량을 운전할 때만 생각한다면 현재의 교통정책에 대해 불만을 적게 가질 수 있지만, 보행자로서 내 주변의 보행환경을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게 현실이다. 바로 이 점이 21세기 교통정책의 중요한 모토로서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 '안전' 중심의 교통정책을 주문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아울러 미래 교통정책 수립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교통교육이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유아기부터 교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없다면 미래의 교통문화는 큰 기대를 할수 없다. 국내 몇몇 지자체와 정부단체에서 교통안전체험교육장을 운영하며 교통안전과 교통문화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로를 새로 내고 넓히고, 교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운영과 관리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교통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을 우선시 하고 교통안전과 교통교육의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새로운 교통정책의 패러다임 수립을 위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교통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교통정책은 매우 수동적·관료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통은 움직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문제로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고 이해하고 결정하는 교통정책이 수립, 시행될 때만이 보다 성숙되고 선진화된 교통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