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8
미인가 대안학교, 안전사각지대인가?
문 경 희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며칠 전 6년 만에 한 지인을 만났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레 아이들 교육문제로 이어졌다. 얼마 전 지인의 외동딸이 진지하게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로 진학을 하고 싶다고 했단다. 또 스스로 자신이 가고 싶은 대안학교를 직접 인터넷으로 찾았고, 그 결과 분당에 위치한 한 대안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했단다. 결국 지인은 고민 끝에 자녀의 교육을 위해 직장이 있는 의정부 집을 처분하고, 얼마 전 분당 근처로 이사하여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신 맹모삼천지교를 실행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학교교육으로 표방되는 공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과 인성발달을 무시한 평가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불신받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공교육에 대한 반성과 대안모색을 위해 우리나라에 대안학교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도 어언 20여 년이 되어 간다. 첫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어느덧 30대에 이르렀고, 대안학교라는 명칭도 이제 낯설지 않다.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은 입시지옥을 경험한 현재의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만큼은 경쟁중심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한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고, 현재 공교육에 부적응하여 대안으로 선택한 경우도 상당수이다.
그렇다고 선뜻 대안학교로 진학을 결심하기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안학교들조차 학력인정이 되지 않는 미인가 대안학교이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도 아니고, 평생교육법상 평생교육기관도 아닌 교육부의 논리대로라면 단지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는 민간시설일 뿐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 예산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학교운영 경비의 대부분은 학부모들의 부담하고, 수업료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욱 큰 문제는 학생들의 학교 안에서의 교육활동조차도 일절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규 학교들은 학교안전공제회에 가입되어 있어 학교생활 중에 발생되는 안전사고에 대해 보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2014년도에 2,280개의 초·중·고에서 2만 1천 건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치료비로 지급된 보상금도 71억 원에 달한다. 현재 220여 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에도 안전사고가 발생될 소지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법적 근거 없는 시설로 분류되다 보니 학교안전공제회는 물론 민간보험 가입조차 되지 못해 안전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기본적으로 미인가 대안학교에게 정식인가를 받아 제도권으로 들어오라 한다. 그러면서 정한 기준은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을 실시할 것과 학교로서의 시설기준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자신들이 만든 교육과정을 접을 리 만무하고, 시설기준도 정부기준을 맞추기에는 비용투자를 감당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러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이들의 안전문제는 더불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인가냐 미인가냐 하는 것은 제도의 잣대로 보면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차후적인 문제이다. 바로 지금 우리의 학령기 아이들 중 전국적으로 적어도 1만 여명 이상이 미인가 대안학교에 실질적으로 재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을 강조하며 추후 초등학교에 안전생활 교과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미인가대안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방치해두고 있다. 현실 개선부터 모색하자. 법적 자구 문제로 얽매일 것이 아니라 교육부는 당장이라도 민간보험사를 통한 상품개발을 통해서든 또는 교육부의 법령 개정 혹은 특단의 대책 마련 등을 통해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방관하는데 돈이 되지 않는 보험상품 개발에 뛰어들 보험사는 없다. 우리 학생들은 어느 학교를 다니던지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201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