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6
메르스 이후의 과제와 남겨진 숙제들
지난 5월 20일 첫 번째 메르스(MERS)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 동안 전국은 메르스 광풍이라 할 만큼 충격과 공포 속에 놓여 있었다. 중동이라는 낯선 곳에서 발생한 질병, 낙타라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동물에서 파생된 생소한 병명은 우리에게 먼 얘기로만 들렸고,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2003년 처럼 국내에 사스 환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위기대책반이 만들어지고, 상황대처 매뉴얼이 보급되고, 공항과 항만에 출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전수검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던 정부의 대처가 이번엔 전혀 달랐다. 공무원들은 그대로인데 12년 만에 대처방법은 엉성했다. 컨트롤 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의 1차 진원지가 되었다. 환기구 없이 모든 입원실이 냉난방기를 공유하는 우리나라 병실의 구조적 특성과 일반인과 간병인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어 있는 병실에 아무나 쉽게 드나들며 문병과 간병을 하는 우리의 간병문화가 메르스에게는 최적의 활동조건이었다. 환자가 속출했다. 루머와 괴담은 전국민을 불안하게 하였고,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부를 믿지 않기 시작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건당국의 요청으로 평택성모병원을 권고 퇴원한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이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보건당국의 안일함으로 인해 불씨는 또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붙게 됐다는 사실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의 2차 진원지가 되었다. 국내 일류병원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응급실은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 했고, 무조건 3차 종합병원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병원순례 문화도 한 몫 했다.
메르스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3차 진원지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지금 이 시간에도 최전선 병원에서 우리의 젊디 젊은 의료진들의 악전고투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노력과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메르스가 이제는 얌전히 물러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메르스로 인해 던져진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고쳐야 한다. 비싼 댓가를 치루고 얻은 교훈이다. 이제는 우리의 병원 문화를 싹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가장 먼저 보건당국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잘못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한다. 왜 잘못되었는지 명확히 짚고, 차제에 다시는 컨트롤타워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둘째, 보건의료전달체계가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최일선 병원의 의견이 보건당국에 의해 쉽게 철저히 무시되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셋째, 우리의 간병과 문병 문화를 이 기회에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간병은 보호자의 몫이다. 그러나 8인실 병동은 환자 8인을 위한 공간이지 간병인까지 16인이 기거하는 곳이 아니다. 조속히 간호사가 간병 서비스까지 담당하는 ‘포괄간호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또한 우리의 문병 문화도 바꾸어야 한다. 특히 생과 사의 갈림길에 위치하고 급박함이 묻어있는 응급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안일하게 출입하고 있다. 이러한 후진적 문병 문화는 시급히 없애야 한다.
넷째, 병원순례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1, 2, 3차 진료기관을 구분하고 있음에도 무조건 대형종합병원으로 가려 한다. 즉, 죽기전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에 가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삼성서울병원은 병원경영과 맞물려 수용가능하지도 않은 환자를 무조건으로 수용하면서 감염의 온상이 되어 버렸다. 차제에 우리의 대형종합병원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메르스가 속히 종료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경기도의회 의원 송낙영
201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