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2
행복하지 않은 학교
행복하지 않은 학교
지난 2월 한 연구에서 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조사(TALIS)’를 바탕으로 회원국 중학교 교사 10만 5천명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은 20.1%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6.6%였다. 회원국 평균인 22.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미 2009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교사의 자기효능감은 OECD 관련 조사에 참여한 국가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이 선생님을 행복하지 않게 하는 걸까?
매년 어린이날 공동 조사하는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국가중 6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 초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학생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역시 OECD 평균 100점에 한참 모자르는 74점으로 회원국중 22위를 기록했다. 무엇이 학생을 행복하지 않게 하는 걸까?
최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내놓은 ‘초등학교 교육 내실화 과정 이해’연구에 이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다. 바로 「행복하지 않은 학교」가 중심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66명의 교장, 교감,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근거이론을 활용하여 오랜기간 중점인터뷰를 통해 교육의 현상을 분석한 이 연구에서 핵심범주로 지적된 인과적 조건은 ‘소진된 교사’, ‘단절·경쟁의 학교’, ‘지시·감독 일변도의 교육청’이 도출되었다.
‘소진된 교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학교 업무의 과중과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책임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날로 거칠어지는 아이들 속에서 교사는 소진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단절·경쟁의 학교’는 교실에 고립된 교사의 상황과 학부모의 적대적 태도와 불신에서 오는 서로간의 신뢰 상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관리자, 교사와 학생, 교사간의 갈등 그리고 과다한 학생·교사·학교간의 경쟁으로 지쳐가는 교단을 지적하고 있다.
‘지시·감독 일변도의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무차별적으로 내려오는 교육청의 획일적 지시사항, 행정과 실적 중심으로만 평가하는 교육청의 관행,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등이 지적되었다.
연구에서는 이 같은 인과적 조건에 대한 중재적 과정으로 ‘관리자의 내려놓음’과 ‘학부모와의 관계 맺음’, ‘교육청의 본질 찾음’을 지적하고 있고, 이를 위한 상호작용 전략으로 ‘협력적 학교문화 만들기’, ‘수평적 학교문화 만들기’, ‘관행버리기’를 지적하였다.
「행복하지 않은 학교」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비단 경기교육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학교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권이 바로 서야 하고, 선생님들을 행복하게 신나게 하여 다시 교단에서 춤을 추게 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자기 효능감을 되찾을 때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사회도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다.
학교 교육 내실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학교의 구심점은 자발성과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동료 교사들과 함께 교육과정과 수업,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임은 재차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 연구에서 논의되어진 학교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에 대해 우리 사회의 깊이 있는 성찰도 필요하다. 학교 정책 입안자들이 학교교육을 위한답시고 내세웠던 정책에는 일선 학교의 실태는 도외시 한채 자기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지 고민해본다. 또한 이제라도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은 무엇이었는지 철저한 검토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교육청, 교사, 관리자, 학부모, 교육가족으로서가 아닌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동참하여야 할 때다.
경기도의회 의원 송낙영
201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