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女風)에 흔들리는 남성

등록일 : 2012-08-23 작성자 : 경제투자 조회수 : 742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일찍이 원시인류는 모권 중심의 사회였다. 원래 인류는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힘이
인류애와 모든 평등의 원천이었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 등 여러 신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에 인류는
만물의 어머니, 자연의 주인이자 삼라만상의 주재자로서 여신을 숭배하여 왔다. 선사시대의 여성을 묘사한
유물로 우리는 여신은 문명의 창조자로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치유자로서, 용감한 전사이자
전쟁터의 지도자로, 악을 무리치는 선의 승리와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칭송받아왔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와 경쟁, 투쟁, 전쟁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역사에서 남성의 역사로 전이되어 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들로부터 폄하되고 철저히 주변부로 내몰렸다. 그러나 여성을 몰아낸
남성의 역사는 이러한 위대한 여성성을 떼어낸 결과로 조화와 균형의 미덕을 잃어버렸다. 사실 남성이
지배해온 수년천년 동안 인류는 폭력과 투쟁,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부족사회에서는 여성도 집주인이 될 수 있고 재산 또한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분배되었고 남자가 여자에게
장가가기도 하였다. 심지어 신부측 집안이 막강하면 신랑의 호적을 파서 신부집안의 호적에 넣기도 할 만큼
양성평등이 지켜졌다. 하지만 유교의 보급으로 부계사회가 널리 보급되면서 여성들에게 통제와 감시 나아가
여성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시작되었고 동등한 한 인간으로서 성 차별이 극에 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억압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투쟁이 있기 마련이다. 어머니에게 발현되는 사랑의 힘이 인류애와 모든
평등의 원천이라고 주장한 바호오펜의 모권론을 필두로 마거릿 머레이의 여신부흥운동은 5000년 동안
억압받아온 여성의 남성으로의 해방, 즉 투쟁이 시작되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여권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그동안 억눌려 온 여성들의 잠재능력이 발휘되고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거두고 있다.

세계 정치사에도 여성 강세가 뚜렷하다. 영국의 대처수상,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뉴질랜드 헨렌 클라크
전 총리, 이슬란드의 4대 대통령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인도의 인디라 간디
등 한마디로 여풍당당이다. 우리 가까이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도 여성이다. 주요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여풍이 거셀수록 남성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남성은 5000년 지속되어 온 남성의 역사
속에 우월의식, 패권의식, 지배의식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남성들의 위기의식은 다양한
사회병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여성에 대한 살인사건 등 남성들의 강력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남성들의 패권상실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아노미현상이 아닌가 쉽다. 얼마전 국민의 모범을 보여야
할 모 국회의원이 제1당의 대통령 후보를 두고 “박근혜의원.... 그년” 발언을 하고 반성은 커녕 회의석상에서
오히려 더 세게 하지 못 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정치적 적대감을 떠나 한 여성을 바라보는
그 국회의원의 마음이 이 정도라니 한 숨만 나온다.

한편 사회지도층으로 신중하고 절제된 발언을 하여야 할 국회의원이 오죽 다급했으면 비난받을 것을 뻔히 알고도
그런 막말을 했을까 싶다. 그 막말의 배경에는 정치적인 꼼수도 있었겠지만 많고 많은 욕 중에 “그년”이란 용어를
선택한 것은 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우월의식, 지배의식, 패권의식이 엿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남성들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이성을 잃은 행태이다. ‘그년’을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변명하는
대목에서는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남성우월의식에 젖어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공격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점점 흉포화 되어 가고 있다. 최근 울산자매 살인사건,
제추 올레길 여성 살인사건, 통영 아름양 살인사건, 수원 오원춘 사건 등 이 모두가 억압적인 아버지, 남성의 모습이다.
굳이 범죄가 아니더라도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황혼이혼 또한
여성이 이혼을 제기하고 남성우월의식에 벗어나지 못한 독거남성은 영양결핍과 고독감으로 평균수명도 여성보다 더 짧다.
가정폭력 또한 남성의 그릇된 억압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것을 보고 자란 자녀가 성년이 되어 가정폭력을 일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적인 사회메카니즘은 역시 중도와 조화이다. 남성과 여성 또한 지배와 피지배, 투쟁의 관계가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조화로움에 있다. 인류역사는 여성의 시대에서 남성의 시대로, 이제 다시 여성과 남성의 조화로운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여성을 폄하하고 욕지거리 하고 여성을 공격한다고 세상이 다시 거꾸로 가지는
않는다. 남성들은 모두 위대한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고 사랑으로 자랐다. 동등한 인격체로, 사회발전의 동반자로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여풍에 흔들이는 남성들은 더 이상 시대에 불화하지 말고 순응하여야 한다.

민경원 경기도의원


<중부일보 2012년8월23일 25면 의정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