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3
학교보건교육조례 필요하다
학교보건교육조례 필요하다
1980년, 영국에서 ‘사회 계층과 지역에 따라 사망률이 다르다’는 내용을 담은 ‘블랙리포트’는 건강불평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대처수상이 이끄는 보수당 정부는 이를 금서로 규정하고 17년간 ‘건강불평등’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건강 불평등에는 빈곤, 교육, 고용, 주거, 교통 등이 영양이나 의료 이용보다 더 영향을 끼친다’는 에치슨 리포트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건강불평등은 큰 이슈가 되었다. 이후 생애 초기 건강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도 이어지면서 개인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 문제를 지역 공동체의 문제로 수렴하기보다는 개인 차원에서만 다루는 시각의 전환이 학교 보건교육에도 필요하다. 특히 음주·흡연, 자살, 우울, 성폭력, 각종 전염병 등 학생 건강이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학교보건 70여년 역사 속에서 지역별 학생 건강의 특성과 보건교육 여건 등을 살펴보고, 이를 기초로 탄력적인 대안을 세우려는 정책적 노력은 너무 미비했다. 중앙 정부의 일률적인 상명하달에 따라 진행되는 획일적인 학생 건강증진 사업, 열악한 학교보건교육 여건으로 인해 보건교육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경기 보건교육 정책 개선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올해 학술연구 주제로 선정하였다. 2011년 6월부터 7월까지 경기도내 학생 1천33명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중·고 학생들의 흡연 경험은 14.5%였으며, 무려 절반에 가까운 47.7%의 학생들이 최근 1년간 음주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같은 경기 지역인데도 학생들의 흡연, 음주, 자살 시도율, 성교육 경험 등이 매우 상이하게 나타났다. 경기도 학생들의 건강 실태는 전국 실태와 비교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경기도 내 지역에 따라 학생들의 건강 행태는 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지, 이런 차이에 사회적·교육적 조건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건강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난 9월 30일 학술연구용역보고회를 겸하여 보건정책개선 대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연구결과와 대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학생 건강증진 및 보건교육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조례에는 경기도 학생 건강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건교육과 지역 사회 정책에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경기보건교육센터 설치’, 보건교육 정책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는 ‘학생건강 증진 및 보건교육위원회’ 설치, 민·관 거버넌스 체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을 계획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풀어나갈 우리 학생들의 건강 문제를 경기도 지역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행복한 삶의 근간이 되는 경기보건교육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재삼 경기도의회 교육의원 / 2011.11. 3. 중부일보
20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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