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3
왜 우리는 사과할 줄 모르는가(중부일고 기고문)
왜 우리는 사과할 줄 모르는가
“내가 잘못했다. 내가 다 망쳤다.”
이것은 지난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탈세 논란에 휩싸인 대슐을 보건장관 지명에서 철회하면서 미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며 한 사과의 말이다.
26년간의 의회생활을 한 대슐은 18년을 사우스다코타의 상원으로, 그 중 10년을 민주당 상원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기도하다.
그는 미국의 의료제도에 대한 지식은 물론 의료개혁과 관련된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를 그 누구보다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인물로, 오바마가 미국 보건부의 수장으로 또 백악관 내 새로 마련될 의료개혁부의 책임자로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의료서비스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써 의료 수가를 낮추지 않고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료제도 개혁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한 경기 부양책 중의 하나였다.
또한 대슐은 오바마가 초선 상원으로 워싱턴에 입성했을 때부터 그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해주었고, 대통령 경선 초기부터는 선거캠프 공동의장을 맡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이기도 하였다.
이런 인물을 접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래도 그는 국민적 화합 속에서 그가 진행하고자 하는 경기 부양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사실 오바마는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처럼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는 택하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은 걸핏하면 외국사례를 들어 당위성을 주장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자신이 어느 궁지에 몰렸거나 반드시 관철시킬 필요가 있을 때만 써먹는 수법일 뿐, 정작 본받아야 할 상황에서는 모르는 척 하는 게 태반이다.
탈세,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 병역비리 등은 우리나라 내각 등용문의 한 조건인 것처럼 여느 정권 때나 불거져 나오는 사례로써, 인사청문회만 잘 참고 견디면 만사형통인 것이다.
어쩌다 여론에 밀려 억지로 사퇴하는 경우는 있어도 대슐처럼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나 또 인선을 잘못한 죄가 다 내게 있다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세계 역사에서 흥하고 망한 나라를 살펴보면 모든 원인은 당시에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인재를 등용했느냐에 따라서 판가름이 나게 된다. 재능이 있고 유능한 보좌를 얻게 되면 그 나라 백성들은 부강하게 살 수 있고, 능력이 없고 간신 같은 무능한 인재를 등용시키면 여지없이 나라는 약해지고 결국 시름시름 망하게 되어 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역사를 돌이켜 봄으로써 현재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에 위치는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세종시만 하더라도 원안이냐 수정안이냐 논란에 휩싸여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 여당 내에도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성공할 수 없다는,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는 한 기업의 경영은 바꿀 수 있어도 국가 경영을 바꿀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하루속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죄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임응순/경기도의원, 사회복지학 박사 2010.3.3.(수) 20면 오피니언
2010-03-05
031-8008-7000(대표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