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낚싯바늘을 던지다가 실수로 물건이나 옷, 혹은 사람의 몸에 바늘이 끼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물건에 걸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혹여 사람의 몸에 바늘이 끼는 경우에는 큰 상처가 나기 쉬워 낚시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일이 바로 바늘 던지는 일이다.
낚싯바늘에는 미늘이라는 것이 있다. 고기가 낚싯바늘을 물면 잘 빠지지 않도록 만들어놓은 일종의 안전장치다. 미늘이 있는 바늘은 한쪽 방향으로는 쉽게 가지만 반대방향으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낚싯바늘에 미늘이 없는 것을 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먹지도 않을 고기에 공연히 큰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게 현명한 사람들의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2일부터 여주와 이천지역에 보 건설이 시작되었다. 보(洑)란 강이나 냇가에 물을 가두기 위해 쌓는 것으로, 작은 댐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된다. 작년과 올해, 동해안의 여러 해수욕장에서 모래가 없어지는 현상이 뉴스거리가 되었다. 해수욕장 인근에 방파제만 쌓았을 뿐인데 모래가 자꾸 파도에 쓸려 나가는 것이다.
수천년 세월동안 일정한 규칙대로 움직여온 자연에 작은 변화만 줘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흐르는 하천을 막는 것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특히 보 건설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되돌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제도와 법률은 그것이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생기면 고치면 해결될 수 있지만 자연에 끼친 그러한 피해는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다.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이 바로 불가역성이다.
최소한 1년은 진행해야 할 환경영향평가를 단 4개월 만에 끝내고, 동식물에 대한 조사도 벌이지 않은 이번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과거 임진강 홍수 조절을 위해 계획했던 군남 홍수조절지의 경우, 사업효과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예비타당성만 4년, 환경영향평가 3년, 공사에는 6년을 진행했던 것에 비하면 22조 사업에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마치는 것은 대한민국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제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영남지역에서는 대통령의 고향출신 인사들의 공사입찰 담합에 관한 얘기도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4대강 사업인가?
2005년에 환경부는 홍수예방을 위한 남한강 하천준설사업에 따른 사전환경성 검토의견으로 팔당호 수질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천구역으로 홍수피해 저감을 위한 최소한의 사업으로 계획을 수립·제시하여야 하고 저수, 고수호안의 설치, 둔치 조성사업 및 골재채취사업을 위한 하상정비사업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의견 제시했으나 이제는 180도 입장을 바꿔 정부의 4대강 사업 속도전 구호에 맞춰 제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4대강 사업은 불법과 비리, 절차무시와 부실, 거짓말, 졸속 정책의 종합세트”라며 “턴키 입찰 담합 비리, 편법 발주로 국가재정법 위반, 수자원공사에 편법적 예산 떠넘기기, 문화재 조사 부실 등 22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치러진 수원 장안재선거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승리하였다. 이찬열 후보의 유일한 선거 콘셉트가 바로 4대강 반대였다는 점을 정부와 경기도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기를 기대한다.
임종성/경기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