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지방자치 가로막는 법 시행령

등록일 : 2009-02-20 작성자 : 언론담당 조회수 : 287

 지방자치 가로막는 법·시행령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

요즘 아무리 힘들다지만 그래도 경기도내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 소개한다.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가 다른 회사는 2010년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술을 올해 개발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최근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 회사가 합쳐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고 한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국제적인 견제를 받으며 1등을 사수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44DDR3램을 개발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이천 공장부지 한쪽에는 무와 배추가 자라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구리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공장 증설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에 대해 “돼지 300마리 분뇨도 안되는 구리방출량을 들어 이천 하니익스공장 신증설을 막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천지역 돼지 300마리만 줄이면 이천 하이닉스 공장 증설이 가능하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이천시민의 입장에서는 “이천에서 나오는 구리는 사람이 먹으면 죽고, 청주에서 나오는 구리는 먹어도 된다는 말이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무늬만 자치, 규제 여전
이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과 같은 현장의 구체적 사안들은 경기도의회와 해당 시·군 의원들이 조례를 통해 결정하고 조정해야 한다.
과거 민선 도지사, 시장·군수들의 활약을 돌이켜 보자. 과거 내무부장관의 싸인펜 결재로 들고 날고 했던 관선시절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은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당시 관선들은 ‘움직이는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방자치를 하라고 했는데 ‘무늬’만 자치이고 속을 들여다보면 중앙집권적 규제가 즐비하다. 더구나 수도권에 위치한 경기도에서 도의원들이 지역발전, 경제성장, 주민복지 등에 정진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평균 10만을 대표하는 경기도 도의원이 할 수 있는 일보다 못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일부 시·군청 건물 구석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도의원 사무실을 없애버렸다는 정도의 비보는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다. 지역 행사장에 갔지만 도의원 자리가 없다면 시민, 군민과 함께 객석에서 참여하면 될 일이다. 예산심의 기간에 여우비 오는 시간만큼 도의원 대우를 받는 것도 이해하겠다.
정말 경기도의원으로 일하기 힘든 대목은 도민을 위해 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규제의 가시밭길, 덤불 가운데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고 땅 한 평도 도의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속앓이만 하다 흘러간 4년
법과 시행령이 지방자치를 막는다. 법은 너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시행령은 도에서 할 일까지 정하고 있다. 도의원들이 지역실정에 맞게 조례를 제정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조례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은 아주 옹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헌혈장려조례, 노인학대예방조례, 노인일자리 창출조례를 제정했다. 노인과 장애인 시설, 저소득층을 위문하고 헌혈에 참여하며 자선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도의원에 당선되어 의원선서를 한 후 꼭 하고 싶었던 일은 경기도 규제혁파, 북부발전, 도민화합이었다.  그런데 할 일을 못하고 4년 동안 속만 태우면서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