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4
김포외고사태, 무엇을 남겼나
2008. 2. 18(월) - 중부일보 칼럼 -
지난해 10월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100여 일이 지나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응시생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물론 경기도내 학생과 학부모,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기에 뜨거운 관심과 조명을 받았으나 합격 취소되었던 학생들에 대한 법적 구제 조치와 재시험, 관련 공무원에 대한 책임추궁 등을 거쳐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진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진학과 고교 학사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된 것은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뼈아픈 상처와 교훈을 얻은 교육당국과 학교 그리고 관련기관들은 확고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진지하게 김포외고사태가 무엇을 남겼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사고의 발단에서 작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고 수습에 직접 관여했던 필자로서 몇 가지 관점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첫째, 시험문제가 유출되었음을 인터넷상에 처음 밝힌 것이 불씨가 되어 천지를 진동하는 결과를 가져온 사실에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이제 세상은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을 경우 평범한 중학교 여학생에 의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커다란 사건 혹은 사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실로 인터넷의 위력은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더욱 밝고 깨끗한 행정과 관리, 경영을 요구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때 묻은 어른들의 행태가 낱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과 정보의 확산 속도, 댓글이나 퍼 나르기의 주도세력인 인터넷세대들에 의해서 세상은 더욱 공개적이고 정의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 떠오르는 것은 이 사회의 도덕불감증 혹은 도덕적해이다. 시험문제를 유출시키고 유출된 문제지로 득을 보고자 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교단에 섰던 선생님이며, 교육사업을 하는 학원장이며, 일부 학부모들임이 드러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학교나 사학재단이 조직적으로 이번 사고에 관계되지 않은 것이 안도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학생이요 제자이고 자녀들인 아이들에게 진정 가르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교육의 근본을 뒤돌아보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빚어진 현상 가운데 두드러졌던 두 가지 논의 혹은 움직임이 있었다. 시험문제 유출이라는 입시부정사고와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약간은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으로써, 하나는 김포외고의 특목고 지정취소 주장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고 교육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입시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분야를 점검해서 개선하고 잘못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텐데 학교와 외고제도 자체 존립여부를 거론하면서 교육정책의 근간을 바꾸고자 하는 주장은 과도하다 싶으면서도 시사해 주는 점이 많다.
특목고 정책이 평준화교육의 틀을 깨면서 편법 운영되고 사교육비 부담의 원흉이 되었으며 이번처럼 외고와 입시전문 학원과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로 사고를 은폐하고 있었다는 부정적인 여론과 민심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외고 정책의 유지를 위해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소를 잃고서도 느낀 점이 없고 고치지 않는다면 더욱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02-18
031-8008-7000(대표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