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등록일 : 2008-02-14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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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14(목) - 중부일보 기고문 -
졸업을 맞으신 분들의 힘찬 새 출발을 기원합니다. 저는 금년에 세 아이가 모두 졸업입니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누나들은 두 번째 세 번째 졸업식이지만 막내 녀석은 첫 번째 졸업식인지라 조금은 더 신경이 쓰입니다. 일찌감치 진학할 중학교가 결정된 터라 엄마랑 새 교복을 사다 놓고는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패션쇼를 하는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늦게까지 잠도 안 자고 법석입니다.
어느새 제가 초등학교 졸업을 한 것이 33년 전입니다. 칠순이 넘으신 어머님께서 아들 중학교 교복을 사서 벽에 걸어놓으시고는 대견한 마음에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란 막내아들을 보며 참으로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현모야! 졸업하는 기분이 어떠냐?"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나 봅니다. "히이~!" 여전히 까불거리는 녀석에게 33년 전을 되돌아보는 아빠의 기분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졸업식에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아서 할머니가 할아버지 여름바지를 줄여서 입혀주신 이야기. 앞에 나가서 교장선생님께 상을 받는데, 옆에 서있는 분들의 "역시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지!"라는 이야기에 할머니가 울었던 이야기. 졸업식 끝나고 동네 자장면 집이 미어터지던 이야기.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던 이야기 등등.
돌이켜 보니 그 땐 4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설에 떡국 드시면서 "제발 주일 좀 지켜라"라고 읍소에 가까운 명령을 하시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어머님 말씀에 순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 앞에서야 지금도 어리광부리고 싶은 초등학생이니 말입니다. "어머니! 올해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3년 전 둘째 녀석이 졸업식 날, 선생님이랑 사진 찍으면서 펑펑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어찌나 예쁘고 고맙던지! 내일 모레 중학교 졸업식에선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은사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친구 아버님이셨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 "너희 친구들이 이 다음에 커서 누구는 장관이 되고 누구는 지게꾼이 되더라도 서로 만나면 지금처럼 어깨동무 하고 반가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큰 아버님 같으시던 그 모습, 그 목소리가 지금도 눈과 귀에 선합니다. 건강하셔야 할 텐데…!
옛날 앨범을 들춰 봅니다. 몇 장 되지 않는 그때 사진들, 1974년 영화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부여 가던 기차에서 창밖으로 얼굴 내밀고 찍은 사진 속. 한 친구는 동네에서 제법 큰 동태탕 집 사장님이시고, 머리가 허리 아래까지 내려왔던 경상도 사투리 여자 친구는 장안구청 어느 부서에선가 열심히 근무 중이고, 부반장이던 친구는 서울로 이사 간 뒤로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그 여드름이 지금도 그리 많은지?
세 녀석을 불러 모아 놓고는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너희들 평생에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서로 연락 자주 하고, 친하게 잘 지내거라." 말해 놓고 나니 33년 전 은사님께서 주신 말씀 그대로입니다. 설날 떡국 먹은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연락되는 동기들 모아서 늦은 세배라도 드리러 가야겠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 때마다 친구가 점점 더 소중해집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