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4
용돈과 대통령선거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막내 녀석이 무슨 무슨 게임기를 사달라고 1년째 졸라댑니다. 컴퓨터 게임도 모자라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놀 수 있는 게임기까지 사달라니 돈도 돈이지만 교육상 안 된다고 아내에게까지 다짐을 해놓은 터였습니다. 어이쿠! 지난 주말에 김장하느라 할머니 댁에 다녀오면서 하룻밤 자고 오라고 했더니, 그새 마음 좋은 할머니를 졸라서는 기어코 그 비싼 게임기를 손에 들고 들어왔습니다. 누나들까지 시끌시끌 한바탕 난리를 치렀습니다.
작년에 주민의 뜻을 받들어 경기도의회 의원이 되어서는 무거운 책임감에 얼굴표정마저 굳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2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11월 30일부터 2007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심의를 시작으로 2008년도 본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4년 임기의 의정활동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이 일만큼 주민의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대표 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말처럼 주민의 대표로 의회에 나온 이상, 주민이 낸 세금을 주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밤을 새워서라도 철저히 심의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용돈을 주는 것은 아내의 몫입니다. 한 달에 얼마를 정해주고는 아껴 쓰라고 당부하지만 그 용처까지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많지도 않은 용돈을 이래라저래라 하기도 미안하지만 자기계획으로 필요한 곳에 쓰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돈으로 해결이 안 되는 비싼 게임기가 필요할 땐 아빠를 졸라대게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녀석들은 갖고 싶은 걸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조금씩 배우는 것 같습니다. 도저히 안 되면 다른 길(할머니)을 찾는 머리도 쓰고 말입니다.
우리 경기도의 2008년도 예산규모는 12조3천535억, 경기도교육청의 예산규모는 7조7천73억에 달합니다. 하지만 아주 적은 부분을 제외하고, 세금을 걷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권한이니 지방자치단체는 그저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돈을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사용계획도 도지사와 교육감이 세우게 되니 지방의회의 역할은 그저 그 계획이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인가?'를 심의할 뿐입니다. 물론 약간의 재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지사, 교육감의 정책의지와 내 생각이 100% 같을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진 재원규모의 틀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보니 밤새 예산서를 넘기다 애꿎은 담배만 피워댑니다.
그래도 집행부와 마주앉아 정작 심의를 하게 되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확인하고 논의하고 그래서 잘생긴 2008년도 예산서를 출산해야 하는데 출산의 고통만 함께 할 뿐, 지난 1년 동안 집행부와 태교를 함께 하지 못하는 현행 제도가 참으로 아쉽습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중심제를 택했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제도개선을 통해서 지방자치만큼은 의회가 예산편성에 일정부분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다가오는 12월 19일은 대통령선거일입니다.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그 세금을 어떻게 쓸지에 관한 최고결정권자를 뽑는 날입니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소속 정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할 것인데, 몸도 하나요 마음도 하나라 안타깝습니다. 예결위 활동이 끝나고 나면 새벽부터 밤까지 두 배로 뛰어야지요.
2007-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