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2
경기도의회 국방위원회(?)
2007. 10. 22 - 중부일보 기고문 -
경기도는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수도 서울을 감싸 안고 지정학적으로 매우 핵심적인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북쪽지역은 휴전선이 가로지르며 소위 접경지역을 두고 있어 군사적으로도 결정적 중요지역이며 요충지이다. 대장급이 지휘하는 야전사령부가 있고, 전장에서 실제 전략전술의 최고단위 전투력으로 운용하는 군단급 부대도 여러 개가 있다. 그 예하에 수십 개의 사단급 부대와 전투지원 부대, 전투근무지원 부대가 자리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서울에서 이전하게 될 특전사령부와 공수여단도 이천에 자리 잡기로 결정되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군의 육·해·공·해병대 부대들이 밀집되어 있는 경기도는 전체 국방전력의 3분의 2가 배치되어 있는 주요 전장일 뿐만 아니라 지휘 통제, 통신 및 정보의 핵심 기능들도 갖추고 있어 실로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안위가 경기도 지역에 존재하는 군사적 임무와 역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 국방이나 군사적 역할을 담당하는 임무는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경기도 행정조직의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부서나 업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군(軍) 행정의 필요성은 절대 요구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간과되어온 관행에 비해서 비중이 확대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우연치 않게도 북부지역 도정의 일부를 맡아온 역대 2부지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사관학교 출신들이 눈에 띄는바, 아마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심려 깊은 인사조치들이 아니었나 추측되기도 한다.
경기도에 본거지를 둔 군인들과 그 가족들도 도민의 상당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각종 개발행위나 건축과 관련된 행정을 집행하게 될 때에 군부대들과의 협의 및 동의가 꼭 필요한 것이므로 이때에 군을 잘 알고 부대장들과의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 혹은 역할이 필요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비무장지대와 군사적 남방한계선 사이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문제가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제기되어 수년을 끌면서도 시원한 결말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경계활동을 해야 하는 지휘관들로서는 부대의 작전지역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렇듯 큰 사업 말고도 작은 집 한 채를 개축하거나 축사를 신축하는 데도 해당 군사지역의 도민들이 겪는 크고 작은 건수들은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김문수 지사가 자신의 공약 중에서 과단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팔당상수원 수질개선사업이 있는데, 수없이 산재한 군부대들의 오염원 배출과 관련하여 고민이 많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물론 군부대들도 최근에는 환경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투자가 이루어져 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환경정책이나 수질개선을 목표로 하는 행정력이 군부대들까지 미치지 못하리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느 일정 규모의 부대가 관련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실수로 오염원을 배출하는 사고가 생긴다 하더라도 도지사가 이에 상응하는 고발조치나 행정처분을 한다는 것은 군을 상대로 한다는 특수한 실정에 비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다. 이천에서 처음으로 특전사 이전문제가 불거졌을 때 환경 문제가 이전 반대의 주요한 쟁점이었음은 이러한 현실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여건을 극복하고 도지사가 슬기롭게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한편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군에서 장교로 오랫동안 복무하고 전역한 사람이며 사관학교 동기생과 선후배들이 도내 각급 부대의 지휘관이나 참모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나에게 환경전도사로서 도의 환경정책이나 수질개선대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이끌어내는 임무가 부여된다면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명칭이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경기도의회 내에 행정적인 측면에서 군부대를 상대해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업무를 처리할 국방위원회를 두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발상도 해본다.
아무쪼록 김문수 지사가 꿈꾸는 팔당호의 맑은 물 정책이 성공하기 바라고, 다른 요소와 함께 수많은 도내 군부대들도 동참하고 협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