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용 물 소화기

등록일 : 2007-06-1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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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6. 11 (월)  - 중부일보 기고문 -


지난 해 대보름날, 중부일보 지면을 통해 ‘불놀이야’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동네 개구쟁이 시절, 불장난으로 큰 불을 낼 뻔 했던 사건을 통해 동네 어르신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그렸던 내용이었습니다. 그 시절 과오(?)에 대한 속죄인지 업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의회에 들어와 속한 상임위가 소방업무를 포함하고 있는 자치행정위원회였습니다.

위원회 소관업무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이지만 소방재난본부와 관련된 업무는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도민 안전에 일익을 감당키 위해 지난 1년간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스스로도 배가된 안전의식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생명을 걸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막내아들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아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 전에 소화기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아파트 복도에 한 대 있기는 하지만 안전의식이 배가되다 보니 아무래도 집 안에 한 대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녀석이 웬 장난감(?)이냐고 호기심을 보입니다. 설마 했는데 이 녀석이 소화기 작동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화기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에~ 별 거 아니네?” 그렇습니다. 참으로 별 거 아닌 일입니다. 한데 그 별 거 아닌 것이 제 녀석 생명을, 제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구하게 될지를 알려면 좀 더 커야 할라나요? 화재시 대피요령을 가르치고, 119가 하는 일, 그리고 아빠가 하는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상임위원회에서 소방재난본부를 상대로 어린이 소방안전교육에 관해 물었습니다. ‘1소방관 1학교’라는 좋은 제도가 있었습니다. 수원 중부소방서에서는 소방안전체험시설까지 갖추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마다 찾아다니며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찾았습니다. 역시나 대표로 나온 고학년 학생들도 소화기 작동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시범을 보이고 따라하면 금방 잘하는 것을!

소방차의 살수시범, 고가사다리 작동시범을 마지낙으로 교육은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가고, 텅 빈 운동장에서 왠지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작년 한 해 만도 불장난에 의한 화재가 경기도 내 286건이었는데, 그로 인한 생명과 재산의 피해가 얼마였지? 대피요령을 익히지 못해 질식해 숨진 아이들이 몇 명이었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교육청을 찾았습니다. 외부기관 교육(소방서), 자체 교육(학교)을 통해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현황자료를 보았습니다. 몇 개 학교인가에서는 교재까지 자체 제작해서 의욕을 보이고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내 1천 개가 넘는 초등학교 전체를 생각할 때 왠지 서류 만드는 담당선생님만 힘든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의 느낌이 너무 강했던 때문이었나 봅니다.

책임 있는 분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현재 준비하고 계신 여러 가지 계획들이 성실히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제가 특별히 제안 드린 ‘훈련용 물소화기’의 전 초등학교 보급에도 적극 나서 주시길 바랍니다. 집집마다 놓인 소화기가 장식품이 아니라 고마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국가적인 대형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국민적 부끄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 근본적인 치료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