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전쟁'을 시작한 경기도

등록일 : 2007-05-2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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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5. 29 (화)  - 중부일보 기고문 -


우리나라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사망원인이 전염병에서 만성퇴행성질환으로 바뀌었다. 그중 고혈압은 만성퇴행성질환인 심뇌혈관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써 우리나라의 경우 고혈압에 의한 사망률은 남자가 인구 10만명당 7.6명, 여자가 12.8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 비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이 있으나 과다한 소금섭취가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우기와 고온다습한 기후로 쌀농사가 농경의 중심이 되면서 전통적으로 곡물, 채소, 생선 중심의 식생활을 영위해 왔다. 채소나 생선의 경우 보관이 쉽지 않아 저장 수단으로 염장 식품을 발달시키게 되었으며 채소는 김치나 장아찌를 만들고 생선은 소금을 뿌려 자반이나 건어, 젓갈 형태로 사용하게 되었다. 염장발효식품의 경우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성분들이 항산화제 역할을 하면서 몸에 좋은 작용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이런 식품들이 너무 많은 소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하루에 13.5g으로 세계에서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나라들 중의 하나이며 김치, 국 혹은 찌개, 생선요리로부터 하루 소금 섭취량의 60%를 섭취하고 있다.

소금의 과잉섭취는 고혈압뿐 아니라 혈관벽 자체를 약화시킴으로써 뇌졸중 유발을 촉진하게 된다. 또한 위장점막을 자극함으로써 위암 발생에도 관여하고, 골흡수를 증가시키고 칼슘배설량을 높임으로써 골다공증도 초래하여 전 세계적으로 한 해 250만명이 소금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금의 경우 매스컴에서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트랜스지방산이나 당보다 훨씬 더 몸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혈압 유병률이 높은 한국에서 소금 섭취 줄이기 캠페인도 없고 국가가 소금섭취감량사업을 범국민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본의 경우 1975년 이전에는 하루에 약 15g의 소금 섭취량을 보였으나 1975년부터 10년 단위로 시작된 국민건강프로젝트 효과로 소금 섭취량이 1988년에는 12g 미만으로 떨어졌고 지금도 우리나라보다 낮은 소금 섭취량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6년에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필자에게 의뢰하여 ‘대국민 저염섭취 영양사업을 위한 사전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사전조사에서는 소금섭취 감량사업을 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지표들과 도구 및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였다. 보건복지부에서는 TF팀까지 만들어 소금섭취 감량사업을 본격 추진하려고 하였으나 담배값 인상이 좌절되면서 국민 건강증진기금이 대폭 삭감되어 전국적으로 시행예정이던 소금섭취 감량사업이 좌절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경기도에서 식품진흥기금으로 시작된 ‘저염식생활을 위한 도민 건강 영양개선사업’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과 보건소의 연계사업으로 실시된 ‘저염식생활을 위한 도민 건강 영양개선사업’에서는 경계성 고혈압을 가진 경기도 주민들에게 소금 섭취는 줄이면서 동시에 소금 배설을 촉진해 주는 칼륨 섭취는 증가시키는 영양교육을 펼치게 된다. 우선 자신의 하루 소금 섭취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게 되며, 염도계를 사용하여 각종 국이나 찌개의 소금을 보여줌으로써 국물을 남기게 유도한다.


또한 적정 염도의 김치 담그는 법과 소금을 적게 넣으면서도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선보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금양을 20% 줄여도 별 맛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이번 사업이 효율적으로 시행되면 주민들의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함으로써 혈압이 감소되고 따라서 심뇌혈관 질환이 감소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며 이는 곧 의료비용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에 실시되는 2007년 경기도의 ‘저염식생활 사업’이 모델 되어 경기도 전체뿐 아니라 전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경기도는 국민건강에 앞장선다는 긍지와 신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참에 경기도의 저염식생활 슬로건으로 ‘한국남자!’(하루에 한번 국물을 남기자)를 외쳐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