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록일 : 2007-04-1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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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4. 14(토)  - 경기일보 기고문 -

참 신령스런 날이었다. 오전에 그토록 바람이 불더니 막상 화성장대 준공식이 시작되자마자 한점의 바람도 사라졌다. 아마도 화성(華城)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 때문에 화성장대 중수복원식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늘에 계신 정조(正祖)의 보살핌이 있었던듯 싶다.

지난 6일 수원 화성에서 열린 서장대 중수복원식은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수원은 정조시대 개혁사상과 위민정치의 산실이기에 앞으로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잘 보전하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김 지사의 화성 사랑은 지극히 각별하다. 지난해 5월1일 한 시민에 의해 화성장대가 불탔을 때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그는 그 바쁜 와중에도 화성장대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경기도지사가 되면 다시는 화성장대가 불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지지를 호소하기에 바쁜 그가 파괴된 문화유산을 찾아 가슴 아파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치인 이전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듯 이날 복원식에서 김 지사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어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까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준공식이 끝난 이후 고유제를 지낸 축하음복에 있어 자랑스런 화성을 기념하며 “대한민국을 위하여”라는 말로 음복축사를 대신했다. 이는 화성이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유산이고 이를 가꾸고 보전하는 일은 수원 시민들만이 아닌 경기 도민들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됐다.


화성장대 복원식에 앞서 얼마 전 김 지사는 김용서 수원시장과 몇몇 경기도의원들과 함께 화성 전체를 순례한 적이 있었다. 그날 김 지사는 토요일 오후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화성 순례에 나섰다. 김 지사와 함께 화성을 돌던 중 200여년 전 정조와 그를 따르던 실학자들의 체취를 느끼며 정조에 대한 그의 놀라운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례도중 정조에 대한 해박한 설명에 수원지역 출신의 도의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문예군주이자 개혁군주였던 정조의 진정한 꿈은 백성들 모두가 부유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위민정책을 추진하고 국방을 강화했던 것이다. 필자는 화성을 순례하며 정조의 모습과 김 지사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되는 것을 느꼈다.


지난 세월 김 지사의 삶을 보자. 서울대라는 당대 최고 학부에 들어갔지만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 기꺼이 노동운동에 뛰어든 건 그가 진정 참지도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는 개혁·실천적 삶을 통해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나갔다. 계속된 수배와 감옥행은 그가 가졌던 민초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 간절하게 했고 마침내 경기도지사 자리에 올라 자신이 추구했던 ‘밝고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흡사 정조의 개혁정신과 비견된다. 백성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조의 정치 스타일과 민중들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김 지사는 여러면에서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자는 경기도의 발전과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보전 또한 잘 이뤄지리라 확신하게 됐다.

지금 화성은 역사문화도시 조성을 통한 성역화사업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1차적으로 화성에 있는 미복원시설 35곳을 복원하는 일부터 시작, 화성 내 땅 40만평을 옛 모습과 어우러지게 하는 새로운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화성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물이었던 종각 복원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화성 지킴이가 되겠다는 김 지사와 더불어 종각이 복원되는 그날 기념 타종 소리가 경기도만이 아닌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질 날을 간절히 고대한다.